이탈리안 보사노바에 류지수 보컬 더하니…“귀가 녹아요, 녹아”

마르끼오 보사, 정규앨범에서 또 한 번 류지수와 ‘찰떡호흡’
타이틀곡 ‘I Asked for you’, 류지수의 존재감 ‘묵직’
류지수가 손수 제작한 뮤비, 이탈리아 콘테스트에서 3위 올라

음악이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귀에서 녹는다.
한국과 이탈리아 간 ‘사랑의 스파크’가 일어났다는 홍보 카피 문구는 과장이 아니었다.

마르끼오 보사(Marchio Bossa)는 2001년 피포 롬바르도, 피에로 롬바르도 형제가 주축이 돼 결성된 세계적인 보사노바 그룹. 2005년 유럽전역은 물론 태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도 음원차트 1위를 거둔 팀이다. 2015년 이후 현재까지 스포티파이에서 1200만 이상의 스트리밍을 자랑하는 관록의 아티스트들이기도 하다.
팬텀싱어 시즌3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크로스오버그룹 ‘라비던스’가 이들의 히트곡 ‘루치(Lici)’를 새롭게 편곡해 부르면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들이 최근 출시한 정규앨범은 좀 더 각별하고, 좀 더 귀와 눈을 잡아끈다. 한국가수 류지수(Ryu Zee Su)의 존재감 덕분이다.
마르끼오 보사와 류지수의 컬래버레이션은 일찌감치 화제였다. 류지수의 독특한 음색, 확고한 음악성, 장르불문의 소화력에 감동한 피포와 피에로가 이국의 가수 류지수에게 먼저 손을 내민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대로다.

류지수는 이번 마르끼오 보사의 정규앨범 ‘I Asked for you’의 동명 타이틀 곡과 함께 ‘Somewhere’, ‘Secret Love Affair’ 등을 녹음했다. ‘Somewhere’, ‘Secret Love Affair’ 이 두 곡은 2022년 첫 발매된 컬래버레이션 앨범 곡들을 새롭게 수록했다.

피에로 롬바르도는 “이번 정규앨범을 위해 마르끼오 보사는 아주 먼 나라 한국과 야심찬 파트너십을 맺었고, 류지수와 다른 두 음악문화를 통합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류지수는 영어, 이탈리아어, 한국어로 노래하며 이탈리아 가수 피에로 도티는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로 노래했다. 모두 보사노바의 리듬에 맞췄다. 우리 롬바르도 형제는 다양한 국제적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요리를 시도하는 훌륭한 ‘스타 셰프가 된 느낌”이라며 이번 앨범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앨범의 첫 트랙 수록곡이자 타이틀곡인 ‘I Asked for you’는 우아하지만 어딘지 애잔한 느낌을 주는 스트링의 전주로 시작되는 곡. 보사노바 전문팀의 타이틀곡이 이처럼 감미롭다는 것도 이채롭다.
그만큼 류지수의 보컬력에 무게를 둔 곡으로 이들 롬바르도 형제가 류지수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이미 끝난 사랑. 하지만 여전히 강렬하게 그리움을 일으키는 기억 속의 그녀를 그린 노래다. 중반을 이어 받는 보사노사 리듬 못지않게 귀를 잡는 사운드는 풍성한 현악기군. Leo Gadaleta의 스트링 편곡은 대단히 세련되고 섬세해 출렁이는 물결 속에서도 류지수의 노래를 단단하고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다. 간주 부분의 피아노도 이 멋진 사운드의 심연을 우아하게 유영한다.

두 번째 곡 ‘Just a dream with you’는 류지수와 피에로 도티의 듀엣. 두 사람의 부드러운 스캣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경쾌하고 발랄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기타의 솔로도 멋지다.

세 번째 트랙의 ‘Secret Love Affair’는 지난해 10월 발표되었던 곡이다. 류지수의 가창과 보사노바가 만나 화끈하게 폭발하는 곡으로, 해변가를 걷다가 ‘슬슬 달려볼까’ 싶어지는 느낌. 이들의 컬래버레이션이 본연의 진가를 드러내는 곡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에는 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 촬영한 타이틀곡 ‘I Asked for you’의 뮤직비디오는 류지수가 직접 제작했다. 여기서 ‘직접 제작’은 기획, 연출, 촬영에 편집까지 모두 그의 손으로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심지어 이 모든 작업이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한 대로 진행됐다고. 장장 3개월이 걸렸다.

류지수는 “선물로 보냈는데 이탈리아 뮤직비디오 콘테스트에서 3위를 했다고 들었다”며 웃었다. ‘류지수 감독’의 ‘I Asked for you’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