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진심인 ‘골때녀’, 허벅지 파열→교통사고도 막지 못하는 열정 (종합)[DA:현장]

입력 2023-03-0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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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몰입’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나.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1년 365일 24시간 축구 생각에 본업도 잊어버릴 정도로 축구에 푹 빠졌다.

지난달 28일 인천 강화군 고인돌 스타디움 진행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현장 공개. 이날 현장에는 20여명 취재진이 방문한 가운데 FC 액셔니스타와 FC 불나방의 후반전 경기가 일부 공개됐다. ‘골때녀’ 선수들은 실제 프로 선수처럼 몸을 내던져 경기에 임했다. 보기 아찔할 정도로 격렬한 플레이가 펼쳐지자 취재석 곳곳에서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현장 공개 직후 그라운드에서 진행된 제3회 슈챌리그 미디어데이. 배성재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은 가운데 ‘골때녀’ 출연진 송해나(구척장신), 김승혜(개벤져스), 사오리(월드클라쓰), 공민지(탑걸), 김가영(원더우먼), 심으뜸(스트리밍파이터), 황희정(국대패밀리), 서기(발라드림)와 슈퍼리그 감독 김병지, 이을용, 이영표, 오범석 그리고 박성훈 CP와 김화정 PD가 참석했다.

박성훈 CP는 “모든 선수들과 감독들이 얼마나 진심 어린 땀을 흘리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면서 “반복되는 경기 속에서도 새로운 이야깃거리, 스타들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인사했다. 김화정 PD는 “100명 가까이 되는 출연진들이 땀방울 흘리고 있고, 200명 정도 되는 스태프들도 다같이 고생하며 좋은 방송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방송을 시작해 어느덧 시즌4에 접어들면서 더욱 큰 규모로 제3회 슈챌리그(슈퍼리그+챌린지리그)를 맞은 ‘골때녀’. 이번 시즌4에서는 이전 시즌 상위 1~4위를 기록한 FC 탑걸, FC 구척장신, FC 액셔니스타, FC 월드클라쓰와 챌린지리그 1위를 기록해 승격한 FC 불나방, 승강 PO 경기에서 승리하며 승격한 FC 개벤져스까지 6개 팀이 슈퍼리그에 참가한다.

시즌4 챌린지리그에는 이전 시즌 슈퍼리그에서 6위를 기록해 강등 당한 FC 국대 패밀리, 승강 PO 패배로 강등 당한 FC 발라드팀, 챌린지리그에 잔류한 FC 원더우먼, 신생팀 FC 스트리밍파이터 등 4개 팀이 참가한다. 챌린지리그에서 1위를 기록한 팀은 슈퍼리그로 승격되며 최하위 팀은 다음 시즌 출전 정지의 패널티를 받는다. FC 아나콘다는 이전 시즌 챌린지리그 최하위로 시즌4 출전 정지가 확정됐다.

‘골때녀’ 선수들도 인사와 함께 소감을 밝혔다. 먼저 송해나는 “구척장신이 저번 시즌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에는 올라갈 길이 하나 더 남아서 내려올 일은 없을 것 같다. 구척장신이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올라가는 성장사를 보여드렸는데 이번 시즌에도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승혜는 “개벤져스가 슈퍼리그에 어렵게 올라왔는데 단상 위에는 한 번 올라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우승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켜보던 이영표 감독이 한소리(?)하자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오리는 “월드클래쓰가 지난 시즌 4위를 해서 자존심도 상하고 속상했는데 이번에 이 악물고 마지막 슈퍼리그라고 생각하고 우승까지 가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김가영은 “FC 원더우먼이 강등 전 살아남아 지옥에 다녀왔다”며 “이번 경기 열심히 준비했다. 원더우먼에서 큰 변화가 있었는데 새로운 플레이를 보여드릴 테니 많이 기대해 달라. 하석주 감독도 땀을 내면서 열심히 가르쳐주고 계신다. 함께 올해 좋은 모습, 이글대는 투지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신생팀 스트리밍파이터의 심으뜸은 “밑바닥 챌린지 리그의 언더독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잃을 게 없다. 얼마나 무서운 팀인지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면서 “체력은 ‘골때녀’에서 1등이고 평균 연령도 젊은 편이다. 부상을 끼고 있는 편인데도 정신력과, 체력이 좋다. 최진철 감독님이 우리를 체력왕으로 키우려고 작정하셨다.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FC 탑걸에 합류한 공민지는 “걸그룹에서 탑 찍고 축구로 탑 찍으러 왔다.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골때녀’에 함께했다”면서 “춤과는 다르더라.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다. 서른의 시작을 축구로 시작하고 끝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축구 국가대표 황희찬의 누나 황희정은 스스로 “뿔난 황소”라고 소개하며 “동생이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국가대표의 입장으로 봤을 때 조금 창피하다고 하더라. 그래도 ‘연습을 좀 더 많이 하다보면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용기도 불어넣어줬다. 열심히 하겠다”고 털어놨다. 서기는 “발라드림이 승강전에서 아쉽게 승리하지 못해서 챌린지 리그로 떨어지게 됐다. 그만큼 새로운 감독님과 독기를 품고 슈퍼리그로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슈퍼리그로 꼭 진출하겠다”고 열정을 불태웠다.



마지막으로 FC 불나방에 새롭게 합류한 채연은 “병아리로서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지만 앞으로 잠재된 능력으로 막강한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며 “들어가자마자 나이 서열 2위더라. 어린 나이가 아니어서 동생들과 으쌰으쌰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팀 분위기를 이해하려고 계속 노력 중”이라고 고백했다.

‘골때녀’ 선수들 대부분이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축구에 처음 뛰어들었다. 축구에 중독된 이들의 열정은 부상도 심지어 본업도 막지 못할 정도. 선수들은 “내가 이렇게까지 축구공을 따라가나 싶으면서도 몰입하게 된다” “부상이 무섭고 부담됐다면 ‘골때녀’에 참가하지 않았을 것” “최대한 몸을 사려야지, 다치지 말아야지 생각으로 조심하려고 해도 그라운드에 들어오면 그 생각이 날아간다. 공이 날아오면 머리가 나가고 가슴으로 받는다”고 고백했다.




특히 김가영은 “발톱이 나가거나, 멍이 생기거나, 피가 났을 때 희열이 있더라.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주변에서는 무섭다고도 하는데 그만큼 다른 생각 없이 이 공을 다루고, 우리 팀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라며 “최근 경미한 교통사고가 났는데 부딪히는 순간 ‘나 경기 뛸 수 있나’ 생각이 들더라”며 미소 지었다. 탑걸에 새롭게 합류한 채연도 “예능 하듯이 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다들 독하게 열정을 가지고 하더라. 웬만큼 해서는 하면 안 되겠다 싶더라. 주 7일 공을 차는 친구들도 있는데 밀리지 않으려 한다. 내가 가수인 것도 잊어버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황희정은 “‘골때녀’ 합류 후 인대 파열이 두 번 있었고 아직 회복 중이다. 너무 아픈데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내일 경기 어떡하지’ 생각이 들더라. 빨리 나아서 빨리 훈련하고 싶다는 생각에 유명하다는 의원과 병원을 다 다니고 할 수 있는 치료도 다 해본 것 같다”고 말했다. 서기 역시 “허벅지 세 군데가 찢어져서 재활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다음 경기가 걱정되더라”고 ‘과몰입’ 상태를 보였다.





감독들도 ‘골때녀’에 진심이었다. FC 구척장신을 이끄는 오범석 감독은 “예능이라고는 하는데 나에게는 다큐멘터리 같은 프로그램”이라며 “선수들과 열심히 훈련하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더 재밌는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하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FC 개벤져스 감독 이영표는 “목표가 없다”면서도 “첫 경기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우리 팀 선수들에게 정말 이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진심이다. 시청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좋아해주신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승부욕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 여성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프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때 감동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골때녀’를 하면서도 축구를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을 때 감동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FC 월드클라쓰와 함께하는 이을용 감독은 “다시 새로운 지도자 공부가 되는 것 같다. 처음으로 여자분들을 지도해보니까 남자들보다는 여자분들에게 너무 많이 손이 간다는 것을 느꼈다”며 “나도 많이 공부하게 됐다. 이번 시즌 잘 이끌어서 우승해보고 싶다. 우리 선수들 잘 지도해서 시청자들에게 좋은 경기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FC 탑걸의 김병지 감독은 “2년 전 파일럿을 시작할 때는 재미 90%에 열정 10%였는데 이제는 바뀌었다. 열정이 90%더라. 월드컵 나가는 수준까지 밟고 올라가는 것 같다”면서 “성적 때문에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이번 시즌 잘해야 할 텐데 걱정”이라며 진심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앞서 내가 맡았던 국대패밀리가 우승 팀이었다가 강등됐는데 이번에 내가 또 우승 팀 탑걸을 잡았다. 트라우마가 생겼다. 내가 또 강등시킬까봐 걱정된다. 탑걸까지 강등되면 나도 함께 강등하겠다”면서 “열정을 다 하는 선수들 모습을 볼 때 성적에 대한 책임감을 안 질 수 없게 되더라.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고백했다.

‘골때녀’의 시작과 성장을 지켜본 배성재 아나운서도 선수들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나도 소리를 지르다 목이 가기도 할 정도”라며 “축구 캐스터 되길 잘했다 싶다. 나 또한 월드컵 중계와 똑같은 마음으로 임한다. 이제는 선수들 볼 줄기가 너무 세져서 맞으면 다칠까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주심들이 카드도 강하게 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선수도 감독도 중계도 시청자도 ‘과몰입’ 향연인 ‘골(Goal) 때리는 그녀들’은 매주 수요일 밤 9시 SBS에서 방송된다.

강화(인천)|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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