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워싱’은 무시하고, 선수는 혹사시키고…FIFA가 수상하다 [사커토픽]

입력 2023-03-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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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

아프리카 르완다 키갈리에서 제73차 총회를 진행 중인 국제축구연맹(FIFA)은 북중미 3개국(캐나다·미국·멕시코)이 공동 개최할 2026년 월드컵의 대회 방식을 확정했다. 48개 출전국이 4개국씩 12개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른 뒤 32강 토너먼트를 치르는 형태다. 32강전에는 각조 1·2위가 직행하고, 3위 중 성적이 우수한 8개국이 합류한다.

FIFA의 당초 계획은 3개국씩 16개조로 나눠 32강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22카타르월드컵을 계기로 이사회의 생각이 바뀌었다. 조별리그 3차전까지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속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한국도 H조 2차전까지 1무1패에 그치다가 포르투갈과 3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 현장에서 대회를 이끈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역대 가장 흥미로운 조별리그였다”며 ‘4개국 1개조’ 유지에 힘을 실었고, 그렇게 됐다.

이에 북중미월드컵은 104경기로 확대됐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부터 지난해 카타르월드컵까지 기존 32개국 체제에선 64경기였다. 1개조에 3개국을 묶으면 80경기로 해결될 수 있었는데, 규모가 엄청 커졌다. 2026년 7월 19일 결승전을 포함한 대회기간도 크게 길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사이 이틀의 휴식을 부여한다면 5주 이상이다.

FIFA는 “출전국들이 3경기씩 보장받고, (토너먼트를 위한) 담합을 막으며, 축구의 순수성과 매력, 상업성, 팬, 선수 복지 등을 고려했다”고 포장했으나 세계축구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상업적 측면만 내다봤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출처 | 국제축구연맹(FIFA) SNS


월드컵 기간이 길어질수록 FIFA 수입은 늘어난다. 로이터, AP 등 외신에 따르면 FIFA는 월드컵을 통해 전체 예산의 80% 이상을 뽑는다. FIFA가 꾸준히 ‘2년 주기 월드컵’을 외친 배경이다.

지역예선부터 본선까지 카타르대회 관련 수익은 75억 달러(약 9조8500억 원)에 달했다. 2018년 러시아대회가 64억 달러(약 8조4000억 원)였으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가 없었다면 100억 달러까지 바라볼 수도 있었다. 북중미월드컵은 말할 것도 없다. 출전국이 늘고 대회기간까지 연장되면 중계권·스폰서 판매 루트 또한 확장된다.

하지만 선수들은 혹사당할 게 뻔하다. FIFA는 “월드컵은 기존처럼 대회 준비부터 결승까지 56일 안에 마무리한다”고 했는데, 이를 훈련기간(23일)을 일주일 정도 줄이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안 그래도 ‘수준미달’ 국가들이 출전하게 된 마당에 질적 하락까지 불가피해졌다.

돈벌이에 급급한 FIFA를 향한 비판이 처음도 아니다. 무분별한 ‘오일달러’ 흡수가 대표적이다. ‘가스머니’로 대표된 러시아에 이어 카타르,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본이 흐른다. 공교롭게도 모두 인권탄압과 폭정, 분쟁 등으로 얼룩진 지역이다. ‘선한 수익사업은 없다’고는 해도 최근 FIFA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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