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안우진(왼쪽), 두산 곽빈. 스포츠동아DB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24)과 두산 베어스 곽빈(24)이 2023시즌 초반 ‘토종 에이스’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99년생 동갑내기인 두 우완투수는 2차례 선발등판에서 모두 제 몫을 해내며 외국인투수들과 경쟁에서도 크게 앞서고 있다.
안우진은 10일까지 2경기(13이닝)에서 1패, 평균자책점(ERA) 0.69를 마크 중이다. 승리가 없어도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이유는 탈삼진 능력에서 찾을 수 있다. 선발등판마다 12개씩을 잡아내며 총 24탈삼진(1위)을 기록 중이다.
곽빈은 2경기(12.1이닝)에서 1승, ERA 0.00을 마크했다. 안우진보다는 적지만, 17탈삼진으로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두 투수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빠른 공. 올해 안우진은 154.9㎞, 곽빈은 148.1㎞의 직구 평균구속을 보이고 있다. 구속만 놓고 보면 안우진이 월등히 앞설 것 같지만, 현장의 야구인들은 “볼 끝이 좋은 곽빈의 직구가 더 까다로울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둘은 주무기인 직구를 실전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올해 직구 구사 비율을 안우진은 49.5%, 곽빈은 40.6%까지 가져갔다. 구위가 강력한 만큼, 자신의 장기를 십분 살려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빠른 공을 던진다고 해도 직구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더욱이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투수라면 적어도 3가지 이상의 구종을 섞어야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운영할 수 있다.
둘은 당연히 날카로운 변화구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주무기로 사용하는 구종은 서로 다르다. 안우진은 145㎞를 넘나드는 고속 슬라이더, 곽빈은 큰 각도로 떨어지는 커브를 활용한다.
안우진의 슬라이더는 이미 리그 내에서 구종가치 1위로 평가받는다. 올해 그의 슬라이더 평균구속은 143.5㎞인데, 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선 슬라이더 최고구속이 147㎞까지 나오기도 했다. 구속 조절까지 가능한 슬라이더를 앞세워 타자들의 배트를 연신 헛돌게 만들고 있다. 올해 안우진의 슬라이더 구사 비율은 직구 다음으로 많은 25%다.
안우진에게 예리하게 꺾이는 슬라이더가 있다면, 곽빈에게는 포수 마스크 높이에서 땅바닥까지 떨어지는 ‘폭포수 커브’가 있다. 곽빈은 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7개의 삼진을 잡았는데, 결정구로 커브를 활용하는 장면이 자주 포착됐다. 24.9%의 비율로 커브를 활용했다. 변화구 중에선 구사율이 가장 높다.
묵직한 구위와 함께 언제든 타자의 눈을 현혹시킬 수 있는 변화구. 어느새 까다로운 투수로 일취월장한 두 동갑내기가 시즌 초반 ‘닥터K’ 경쟁을 이끌고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