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 쓰기에 심취한 늦깎이 학생. 사진ㅣ정휘영 기자
구) 법전중학교 활용, 다온복지마을 강문영 대표 한글교실 운영
세상의 흔적 고스란히 남아지만, 열정만은 여느 학생들과 다를 바 없어
강 대표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누구나 올 수 있는 학교. 어르신들만의 학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자 따라 써 보세요. 어머니, 아기, 모자, 바지, 바구니” 세상의 흔적 고스란히 남아지만, 열정만은 여느 학생들과 다를 바 없어
강 대표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누구나 올 수 있는 학교. 어르신들만의 학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2017년 3월 1일 폐교된 법전중학교에서 6년 만에 다시 수업이 진행됐다.
경북 봉화군과 봉화군 농촌활성화센터에서 주최하고 다시 봄 한글교실이 주관한 ‘지역 어르신을 위한 한글교실’이 다온복지마을(구 법전중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5일 1회 수업을 시작으로 7월 10일 까지 총 9회에 걸쳐 진행되는 ‘지역 어르신을 위한 한글 교실’은 다온복지마을 강문영 대표가 법전면 어르신들을 위해 운영하면서 어르신의 늦깎이 평생학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2일 오후 1시 40분 2회차 정규 수업은 20분쯤 남은 시각이었지만, 학교를 찾은 어르신들은 하나둘씩 2층 교실 책상에 앉아 수업을 기다렸다. 이날 2회차 정규 수업에 참석한 어르신은 모두 9명.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얼굴에는 세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한글을 배워야겠다는 열정만은 여느 학생들과 다를 바 없었다.
수업에 참여한 한 할머니는 “한글을 모르고 평생을 살아 왔지만 이제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수업을 받고 있다”며 “나이가 들어서 이해력도 부족하지만 평생의 한이 되었던 한글을 배운다는 생각에 매주 월요일만 기다려 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 빨리 다른 사람들처럼 능숙하게 한글도 읽고 편지도 써보고 싶다”며 “이 자리를 마련해준 강문영 대표와 우리를 위해 시간을 내주신 선생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휴식시간을 이용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ㅣ정휘영 기자
이날 한글교실 수업은 50분 남짓 걸렸고 10분 휴식 후 음악교실에 참여한 학생들은 흥겨운 리듬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박수도 치며 즐거운 수업을 마쳤다.
강문영 대표는 “우리 엄마들이 너무 힘든 세월을 보내셨기 때문에 글씨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버스 타는 것과 은행가는 것을 힘들어 하는 모습에 자녀들이 공부하던 폐교를 활용해 도와 드리고 싶어서 한글교실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또 “수업을 받으러 오시는 어르신들이 자신들의 마음속에 있는 글들을 한번 적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다”면서 “시로 표현하든 일기를 쓰시든 해서 자식들에게 쑥스러워서 표현 못한 감정과 생각을 글로 남길 수 있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우선 법전면 어르신들을 위해 시작한 한글교실이 9회 수업으로 끝 난다는 게 아쉬움으로 많이 남는다”며 “앞으로 예산이 동반된다면 법전면이 아닌 봉화군 전체로 확대하고 싶다.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누구나 올 수 있는 학교. 어르신들만의 학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주변에서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봉화)|정휘영 기자 locald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