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친정·시댁 주민번호도 바꿔…‘N번방’ 스토킹 소름끼쳐 (블랙2)[TV종합]

입력 2023-06-11 1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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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는 끈질기고 집요하며 한 사람 영혼을 파괴하는 행위였다.

10일 방송된 채널A ‘블랙2: 영혼파괴자들’(약칭 ‘블랙2’) 마지막회는 2016년 한 고등학교에 도착한 협박 편지로 시작됐다. 이 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이자 피해자 송주희(가명) 씨는 한때의 제자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다. 송 씨는 2012년 한 고교의 계약직 담임 교사로 자신의 반 학생이던 가해자 강 씨를 처음 만났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강 씨를 선생님으로서 보듬어 준 송 씨였지만, 강 씨는 계속 연락을 취하며 집착했다. 점차 도를 넘는 강 씨의 행동에 서서히 거리를 뒀는데도, 가해자는 오히려 반 친구들의 물건을 훔치거나 괴롭히는 등 송 씨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7개월간 지속된 집착에 결국 송 씨는 동료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학기 중에 강 씨의 반을 바꾸도록 권했고, 강 씨는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돌연 자퇴를 하고 만다.

그러나 가해자 강 씨의 자퇴 후 이상한 일들이 늘어났다. 교실에서 사라진 단체 사진 속 자신의 얼굴이 자택의 현관에 스테이플러 심이 박힌 채 발견돼 섬뜩함을 자아냈다. 강 씨는 커터 칼을 들고 송 씨를 찾아오거나 전화를 받지 않으면 위협적인 음성 메시지를 남기며 점점 대담해졌다. 강 씨는 송 씨의 이메일을 해킹해 송주희 씨의 주민등록번호, 가족개인정보, 혈액형, 주소, 출입국 정보 등 모든 개인정보를 쥐고 있었다. 이에 송 씨가 교육청에 교사의 이름 공개 중단 민원을 넣거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여러 번 스토킹 신고를 한 결과, 마침내 강 씨도 처벌받았다. 하지만 당시 미성년자였던 강 씨는 소년법에 따라 1호 보호자 감호 위탁, 4호 단기 보호 관찰 처분을 받았다.

강 씨의 소년 보호 처분 이후 한동안 그의 스토킹은 없었다. 그러나 2015년 대학 진학 후 ROTC에 지원했던 강 씨가 과거 소년 보호 처분 이력 때문에 떨어지자, 그 뒤로 ‘복수’를 한다며 스토킹을 재개했다. 거기다 강 씨는 우연히 송 씨가 다니던 병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며 송 씨의 개명된 이름과 건강정보, 신상을 다시 손에 넣게 됐다. 그 뒤로 강 씨는 송 씨의 신혼집에 협박 편지를 붙여 놓는 등 그를 더욱 압박하며 공포로 몰아넣었고, 다시 실형을 살게 되었지만 ‘아스퍼거 증후군’과 ‘행위에 대한 반성’이 인정되어 감형된 1년 2개월의 옥살이를 하게 된다.


어처구니없게도 출소 이후 강 씨는 모자란 군 복무 기간을 대체하기 위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구청의 가정복지과에 배정되었다. 그곳에서 송 씨의 바뀐 신상정보를 또다시 알게 된 강 씨는 문자로 “오늘 네 딸 진료 보는 날이지? 네 가족 죽이는 건 합법이지?”라며 협박을 일삼았다. 스토리텔러 양익준 감독은 “현행법상 군 대체 요원에게 복무기관을 배정할 때 전과 기록이나 이력을 살피지 않고 무작위로 배정한다”고 설명했다. 전과 정보를 구청에 알리는 것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였다.

그런 가운데 강 씨는 대체복무 중 알게 된 공무원의 ID로 건당 3~5만 원을 받으며 ‘개인 정보 유출 알바’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바로 친해진 메신저 속 남자와 강 씨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송주희 씨 딸의 ‘살인 공모’를 하게 됐다. 400만 원이라는 적은 돈으로 청부살인을 수락한 남자의 정체는 바로 ‘N번방’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조주빈이었다. N번방 범행 당시 조주빈이 피해자들을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은 강 씨가 제공한 개인정보 덕이었다. 다행히 조주빈이 검거되며 강 씨도 함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다시 재판받게 됐지만, 그의 혐의에 ‘스토킹’은 존재하지 않았다. 강 씨는 N번방 사건에 관련해 13년 형을 선고받았다.

2021년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됐다.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도 전년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여전히 과태료 처분만 가능한 경찰들의 조치를 무시하며 피해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거기다 처벌이 구체적이지 않은 현행법상 경찰도 약한 처벌이나 훈방 조치가 많아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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