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압둘카림 알 감디 아람코 부사장, 프랑수아 굿 토탈에너지 부사장(앞줄 오른쪽부터) 등이 24일(현지시간) 사우디 다란의 아람코 본사에서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을 진행하고 있다. 윗줄 가운데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제공 | 현대건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압둘카림 알 감디 아람코 부사장, 프랑수아 굿 토탈에너지 부사장(앞줄 오른쪽부터) 등이 24일(현지시간) 사우디 다란의 아람코 본사에서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을 진행하고 있다. 윗줄 가운데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제공 | 현대건설


‘6조5000억원’ 사우디 석유화학단지 수주 잭팟

에틸렌 연 165만t 생산설비 건설
한국 건설업 사상 최대 규모 사업
현대건설 주가 6.25% 급등 ‘후끈’
1970년대 중동 건설붐 재현 기대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 건설업 사상 최대인 50억 달러(6조5000 억 원) 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 사업을 따내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등 ‘제2 중동신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 주가는 26일, 전 거래일 대비 6.25% 오른 4만800원에 마감됐다. 장중 최고가 4만4400원을 찍을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대건설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사우디 다란에서 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 아람코와 50억 달러 규모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1(에틸렌 생산시설)과 패키지4(유틸리티 기반시설)’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서명식에는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 등 양사 및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 최대 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사우디 유전 중심지인 담맘으로부터 북서쪽으로 70km 떨어진 주베일에 기존 사토프 정유공장과 통합하는 방식으로 조성한다. 사토프는 아람코와 프랑스 토탈에너지의 합작법인이다.

현대건설은 설계·구매·건설 등 모든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수주했다. 패키지1은 공정 부산물을 활용해 ‘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165만t 생산하는 설비다. 패키지4 는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주요 인프라 외 기반설비와 탱크, 출하설비 등을 포함한 시설 건설공사다.

현대건설은 “세계적인 기술력과 설계·조달·시공(EPC)의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우수한 품질이 곧 최고의 경쟁력이자 마케팅이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글로벌 건설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50억 달러 이상 프로젝트를 수주한 건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역대 수주 기록을 살펴봐도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프로젝트에 이어 역대 7위에 해당한다.

현대건설은 고 정주영 회장 시절인 19 75년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래 올해 6월까지 현지에서 170여 건, 약 232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이번 수주액은 사우디에서 반세기 동안 벌어들인 달러의 22%를 차지한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에서 ‘20세기 최대의 역사’라 불리는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며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이끌었다. 당시 계약 총액은 9억6000만 달러로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약 25%에 달했다. 이후 현재까지 50여개 송·변전 공사를 비롯해 항만, 담수시설, 고속도로, 내무성 청사 등 여러 건설 프로젝트를 맡아 주요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지금도 다수 송·변전 공사와 지상 최대 사업으로 평가되는 ‘네옴시티’ 건설에 참여 중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