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하는 세터, 날개로 선 미들블로커…‘포지션 파괴’에도, ‘잇몸 배구’에도 흔들리지 않은 대한항공 [현장리포트]

입력 2023-08-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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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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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남자부 3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저력은 그대로였다. 대한항공의 고공비행은 여전히 눈부셨다. 주축들이 대거 이탈했음에도 완벽한 경기력으로 컵대회 2연패를 향한 순항을 시작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핀란드)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6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조별리그 A조 1차전(개막전)에서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0(25-21 25-21 25-19)으로 완파했다.

대한항공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4명(김규민·정지석·임동혁·김민재)이 차출됐고,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정한용과 송민근이 출전했다. 또 강승일은 19세 이하(U-19) 대표로 선발됐다. 선수 7명이 빠지면서 틸리카이넨 감독에게는 가용자원이 10명에 불과했다.

차·포가 모두 증발한 ‘반쪽 엔트리’에도 외인 사령탑은 불평하지 않았다. “상대에 공짜로 점수를 내주지 않겠다. 시작부터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남은 선수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다.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새로운 무기로 대회를 운영할 것”이라며 이기는 ‘잇몸 배구’를 선언했다.

대한항공의 승부수는 포지션 파괴와 탄탄한 조직을 강조하는 팀 플레이였다. 이 과정에서 세터 정진혁이 공격에 가세해 주축 유광우까지 세터 2명이 동시에 코트를 밟고, 미들블로커(센터) 진지위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투입되는 등 평소 보기 어려운 풍경이 연출됐다.

여기에 새로운 에이스가 등장했다. 대학 시절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로 명성을 떨쳤고, 2021~2022시즌 신인드래프트로 대한항공에 합류해 ‘팀의 미래’로 꼽히는 이준이 1세트부터 블로킹 2개를 포함해 6점을 올리며 펄펄 날았다.

사진제공 |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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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을 제압한 대한항공의 2세트도 대단했다. 우리카드에 11-15로 뒤졌지만 금세 따라잡았다.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곽승석이 서브 에이스와 백어택을 내리 성공시켰고, 정진혁이 퀵오픈 공격으로 15-15를 만들었다.

3세트에도 대한항공의 집념은 빛을 발했다. 9-12로 밀린 가운데 과감한 백어택으로 추격의 불씨를 당긴 이준이 착실하게 포인트를 쌓아올리며 우리카드의 상승세를 끊었다.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인 18점(공격성공률 57.14%)을 기록한 이준과 12점으로 단단하게 뒤를 받친 곽승석의 콤비 플레이에, 김지한과 송명근이 각각 13점, 12점을 뽑은 우리카드는 조금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대한항공은 범실에서도 12개로 우리카드(26개)보다 훨씬 적었다.

구미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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