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헤이든 원 “복싱, 배우생활 원동력…든든한 ‘빽’이죠” [셀럽들의 7330]

입력 2023-09-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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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영어공부를 하고, 미국으로 날아가 마침내 할리우드 입성에 성공한 배우 헤이든 원. 그의 끈기와 도전정신의 밑바탕에는 복싱으로 다져진 강인한 체력이 있었다. 사진제공 | 씨제스 스튜디오

영어 대본 다섯줄 1000번 반복
넘치는 끈기 비결은 복싱 훈련
마침내 美서 주연급 배역 따내
‘할리우드 도전기’ 책 펴내기도
“반갑습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네. 정말 멀리서 왔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쵸? 어바인이 좀 멀어서. 한인타운 쪽에 거주하고 계시나요?”

“아뇨. 거주는 서울에서 하고 있습니다.”

“네? 서울에서 오셨다고요?”


미국 드라마 오디션장. 감독과 헤이든 원(원성연)의 대화다. 헤이든 원은 ‘할리우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 한 조각을 달랑 걸치고 미국으로 날아갔다. 결국 올 초 한인 이민사회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당당히 주연급 배역을 따냈고, 그의 좌충우돌 할리우드 진출기는 국내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의 할리우드 도전기는 최근 출간된 책 ‘안 하던 짓 해봐, 지금부터(터닝페이지 간)’에 자세히 담겨 있다.

인터뷰를 하루 앞두고 그가 쓴 책을 만둣국에 밥 말아 먹듯 후루룩 읽어 버렸다. 책을 읽고 나니 그제서야 그의 ‘시즌1 성공비결’이 어렴풋이나마 손에 잡히는 듯했다. 그것은 치밀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지독하게 반복해 목표에 이르는 끈기와 주변의 목소리를 듣는 귀, 열린 마음이었다.

할리우드 배우가 되고자 D-365 영어공부에 매진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영화 대본 다섯줄을 입에 붙이기 위해 500번 이상 반복한 섀도잉 훈련은 감동마저 안겨준다. 이 얘기를 꺼내니 헤이든 원이 웃었다. “실은 1000번이었어요. 과장이라고 할까봐 500번이라고 쓴 거죠.”

그의 끈기는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운동의 덕을 톡톡히 봤단다. 스무 살 때 동네체육관에서 처음 접한 복싱은 지금까지 최애 운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복싱에 재미를 붙인 데에는 관장의 영향이 컸다.

“좀 독특한 분이셨어요. 한국 복싱은 뭐랄까 ‘착착착’ 하면서 약간 빠른 느낌이라면 관장님은 어깨를 뽑는 걸 중시하셨어요. 멕시칸 스타일이라면서.”

원투, 잽 대신 관장은 “진짜 복싱은 한 방”이라면서 샌드백을 쳐 보였다. 헤이든 원은 “묵직하게 ‘빡!’하고 주먹이 꽂히는데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바로 시작했죠”라고 했다.

6개월이면 뺄 수 있다는 어깨를 헤이든 원은 특유의 꾸준함으로 2개월 만에 성공했다. “주무기가 뭐냐”고 물으니 “바디 리버샷”이란다. 이게 뭔가 하면, 영화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이 상대의 주먹을 슥 피하면서 왼주먹으로 몸통에 날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내 몸이 아파오는 듯한 그 펀치다.

이렇게 배운 복싱은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배우 생활하는 데에 든든한 ‘빽’이 됐다. LA에서는 한인들이 가급적 기피한다는 오렌지 버스(코로나 기간에는 노숙자 무료 시승이었다고 한다)를 타고 잘도 쏘다녔다. 그러다 버스 안에서 술이나 약에 취한 듯한 남성에게 인종차별적인 폭언을 당하고 있던 여성을 도와준 일도 있었다.

“조금만 더 끈기를 갖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며 여러분만의 도전을 성취해 가는 인생을 사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그렇게 살고 있고, 내일도 그렇게 살 겁니다. 죽기 전까지 저만의 방식으로 트레드밀 위를 달려 나가겠습니다. 여러분도 파이팅입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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