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김 위원은 13일 서울 효창동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EOU컵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9월 2일부로 연맹 TSG 위원직을 맡았고, 13일부터 EOU컵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축구를 공부하면서 유망주들을 관찰하고 격려할 수 있는 자리를 맡게 돼 기쁘다”고 최근 근황을 설명했다.
U-20 월드컵을 마친 뒤 김 위원의 행보에 축구계의 시선이 쏠렸다. 자신만의 축구철학이 확고하고, 코치로서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감독으로서 U-20 월드컵 4강을 일궈낸 젊은(44세) 인재라 그에게 손을 내민 프로팀도 적지 않았다. 김 위원은 “2~3개 팀에서 감독 제안이 오긴 했다. 그러나 아직 내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 지 확신이 서지 않아 거절했다”며 “TSG 위원으로 활동하며 방향과 철학이 확고해지면 그때 지휘봉을 잡을 것 같다.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와 달리 프로팀에선 철학과 함께 성적도 가져와야 한다. 구단 차원에서 육성 철학까지 갖춘 팀이라면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축구는 9월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11월 인도네시아 U-17 월드컵, 내년 2024파리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다.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로서 유망주들과 동고동락했던 김 위원은 “지금은 연령별 대표팀을 향한 응원과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는 “파울루 벤투 전 감독(포르투갈)처럼 선수들이 오랫동안 발을 맞추면 모를까, 대표팀이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보이긴 쉽지 않다. 특히 연령별 대표팀은 선수단 변동 폭이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지도자로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마침 제자들의 도약은 그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의 지도 속에 U-20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배준호(스토크시티)가 잉글랜드 무대에 진입했고, 김용학(포르티모넨세)도 완전이적에 성공했다. 박창우(전북 현대)는 U-22 대표팀, 김지수(브렌트퍼드)와 김준홍(김천 상무)은 A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김 위원은 “제자들이 알차게 성장해 보기 좋다. 그러나 다음 연령대 대표팀 주전으로 올라서기 까지 1~3년 정도 걸릴 텐데, 그 사이 국제대회 참가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 걱정”이라며 “사실 A대표팀까지 빨리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간혹 A대표팀에 일찍 데뷔한 선수가 정작 U-23, U-20 레벨에선 부담감 때문에 자기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속도보단 방향이 중요한 시기”라고 격려했다.
김 위원은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일본이 해외파가 많아지며 독일(4-1 승)~튀르키예(4-2 승)와 최근 2연전에서 완승을 거뒀다. 주눅 든 모습 없이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를 나선 듯 자연스럽게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우리도 해외파가 많아졌지만 어린 선수들이 국제무대에 자주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어떤 축구를 펼칠지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김 위원은 “감독은 마법사가 아니다”라는 말로 자신의 축구관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도 2~3경기 정도 보면서 앞으로 내가 어떤 축구를 추구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연맹 TSG 위원 부임 전에도 K리그 경기를 매주 1~2회 관람했지만 괜한 오해를 불러 난감했었다”며 “내가 지향하는 빠른 전환의 축구를 언젠가는 프로팀 혹은 외국 구단에서라도 구현하고 싶다. 그러나 취임할 팀의 사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U-20 대표팀을 지휘하던 시절을 설명하며 “사실 양 측면 공격수에 엄원상(울산 현대), 이동준(전북 현대)처럼 빠른 선수를 기용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연령대에 그 정도로 빠른 공격수가 없어 (배)준호를 측면으로 돌리고, 측면에서 돌파보단 패스로 만들어가는 축구를 펼쳐야 했다.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내 고집만 부리는 지도자가 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