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보건소 솜방망이 행정처분 ‘논란

입력 2023-09-25 1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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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가 의자에 앉아 있다가 조제실에서 나오는 약을 받아 들고 있다. 이 약국은 지난 4월 24일 영상 촬영 당시 심평원에 혼자 등록된 1인 약국이었다.

무면허 조제 약국에 ‘혐의없음’ 처분
행정지도 외엔 별다른 조치 안 해
시민 “약사법 위반, 관련기관 감사해야”
부산시 부산진구보건소(소장 정규석)의 ‘납득가지 않는 행정’이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진구 부암동에 위치한 한 약국에서 수년간 무면허자가 약을 조제한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본지 4월 26일, 5월 8일자 보도 참조)

제보자에 따르면 약국 조제실에서 약사의 지도 없이 무면허자가 약을 제조한다. 약국에 들어가면 약사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포장된 약봉지가 나온다. 제보자는 겁이 나서 처방된 약을 먹지 않고 다른 약국에서 새로 약을 지었다.

최초 제보가 접수된 4월 24일 A약국에 대해 취재를 시작했다, 약국에는 B약사와 약사의 부인, 그리고 조제실에는 종업원 1명(무면허자)이 있었다. 24일은 월요일이었고 많은 사람이 병원 처방전을 들고 끊임없이 약국을 드나들고 있었다.

취재는 4월 24일~5월 8일, 약 2주간 동안 진행됐다. 취재 2주 동안 약국 앞에서 2~3시간이 넘도록 지켜봤지만 B약사는 한 번도 조제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조제실과 카운터가 연결된 조그만 창구에서는 꾸준히 처방 약봉지가 나오고 있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는 약국을 개업하고 1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가 1명인 약국에서 무면허자가 약을 조제할 때는 반드시 약사 시선 안에서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2021년 창원지법 판례를 보면 ‘약사가 종업원의 1~2m 거리에 있으면서 지휘·감독’을 해야 하고 ‘종업원은 약사의 구체적 지시에 따라 약을 담아야’ 처벌을 면할 수 있지만 이를 어겼을 시는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A약국은 조제실과 밖(카운터)은 칸막이로 분리 되어있고 약사의 지휘·감독은 불가능한 곳이다. 조제실에서는 무면허자가 약을 조제했다. 이는 약사법위반인 셈이다.

무면허자가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조제한 행위는 상당한 주의와 감독이 필요함에도 이를 게을리 하거나 법령을 위반한 경우 약국의 대표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감독해야 할 부산진구보건소는 관망만 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약사가 조제실에서 나오는 약을 받아 들고 있다. 이 약국은 지난 4월 24일 영상 촬영 당시 심평원에 1인 약사로 등록된 약국이었다.


‘약사법 위반 약국’ 제보 동영상과 해당 내용이 부산진구보건소에 신고접수가 됐다. 5월 18일 부산진구보건소 고이현 주무관은 “제보 받은 동영상을 살펴보고 해당 약국 조제실 환경에 대해 양일에 걸쳐 현장 확인을 한 결과 무자격자 조제가 맞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업무정지 1개월 사전통지와 양벌규정을 적용해 경찰에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5월 18일) 정규석 부산진구 보건소장도 무면허자 조제 사실 확인에 대한 입장 사과문을 남겼다. 정 소장은 “보내준 동영상 자료를 근거로 조치 완료했으며 동일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산진구 약국 전체에 주의 공문을 보내도록 하겠다.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사죄드리며, 관리·감독에 좀 더 노력하겠다”라는 내용을 밝혔다. 하지만 보건소장은 지금 입을 닫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무를 관할하는 부산진구보건소가 말을 바꾸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명백한 증거도 있고 보건소 직원이 직접 현장 확인까지 하고 ‘약사법위반’이라고 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5개월이 지나서야 경찰의 수사 결과 운운하며 ‘혐의 없음’으로 결론짓고 A약국에 대해 행정지도만 하고 종결했다. 결론적으로 5월에는 ‘약사법위반’이고 지금은 ‘혐의 없음’이라는 것.

한 구민은 “이러한 결정이 부산진구 행정이 부실 행정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며 “그러니 부산진구 행정을 불신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진구보건소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A약국에 대한 관대한 처분 이유를 물었다. 보건소는 “5월 1일로 A약국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인력 현황 변경을 신고해 개설 약사 외 봉직 약사 1명이 등록돼 근무하고 있었다”라고 답했다. 24일 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결과 A약국의 등록 약사는 여전히 1명으로 나왔다.

부산진구보건소의 솜방망이 처분에 시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한 구민은 “약사법위반은 시민의 건강과 관련된 엄중하면서도 위법한 사안인데도 솜방망이 행정 집행으로 구민들만 피해를 떠안게 됐다”며 “부산진구보건소의 행정처분은 ‘어불성설’이며 괴변이 아닐 수 없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시민은 “보건소 공무원 중에 B약사와 학연으로 연결돼 있다. 동문 봐주기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B약사는 대한약사회 전 임원을 역임하는 등 유명 약사 관계자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봐주기식’ 행정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감사를 통해 명백히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포츠동아 취재진은 보건소에서 부산진경찰서에 수사 의뢰한 자료와 경찰 수사 결과 통지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수사 등 관련 정보(법 제9조 제1항 제4호)’ 법령을 들어 공개하지 않았다. 또 A약국에 대해 ‘전관예우’와 관련해선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불법을 하고 있음에도 보건소가 기득권 눈치 보기 행정은 없었는지 관련기관 등과 함께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츠동아(부산) | 김태현 기자 localbu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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