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오지환. 스포츠동아DB
우승에 대한 간절함과 MVP를 향한 염원 덕분이었을까. 오지환은 맹활약으로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를 수상했다. 한국야구기자회 투표에서 총 93표 중 80표를 받았다. 그는 KS MVP 상금으로 1000만 원을 받았다. 구단에선 준비한 특별부상인 명품시계는 추후 구단 자체 축승회에서 받는다.
오지환은 타석에서 이른바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다. KS 4차전까지 홈런 3개를 포함해 15타수 6안타 8타점 6득점으로 LG가 1차전 패배 후 3연승을 거두는 데 앞장섰다.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567이었다. 8일 KS 2차전에선 1-4로 뒤진 6회말 경기 흐름을 바꿔놓은 솔로아치를 그리며 LG의 5-4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10일 3차전에선 초반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되는 실책으로 체면을 구겼지만, 9회초 역전 결승 3점포로 극적인 8-7 승리를 이끌었다. 11일 4차전에선 3점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4타점 3득점으로 15-4 대승에 힘을 보탰다. 2~4차전 연속 아치를 그린 그는 단일 KS에서 최초로 3연속경기 홈런을 친 선수로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13일 5차전에선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MVP 수상자가 되기엔 손색이 없었다. 그의 KS 최종 성적은 19타수 6안타(타율 0.315) 3홈런 8타점 6득점이다.
2009년 1차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그는 팀의 미래를 책임질 대형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다. 2년차인 2010년부터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지만, 기대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오지배’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도 붙었다. 빼어난 활약으로 경기를 지배하기도 하지만, 그의 실책 여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는 의미도 담겨있었다. 그러나 꾸준히 수비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결국 리그를 대표하는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로 거듭났다. 지난해 정규시즌에는 25홈런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는 등 특유의 장타력을 살려 데뷔 첫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이병규와 박용택의 대를 잇는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오지환은 선배들이 이루지 못하고 떠난 KS 우승의 한을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지난해부터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끄는 중책도 맡았다.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자신의 힘으로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책임졌다.
잠실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