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트윈스 오지환. 스포츠동아DB
‘LG 우승의 상징’과도 같은 명품시계는 오랜 기다림 끝에 주인을 만났다. 2023년 KS 우승과 함께 주장 오지환(33)이 MVP로 선정됐고, LG 구단은 13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KT 위즈와 KS 5차전 종료 후 시계를 공개했다. 하지만 수상까지 이뤄지진 않았다. 구단 공식 축승회에서 KS MVP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그러나 오지환이 먼저 수상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그는 KS 5차전을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 시계는 선대 회장님의 유품이라고 생각한다. 받게 돼도 구광모 회장님께 반납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전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요즘 스타일의 좋은 시계를 주시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에서 6-2로 승리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한 후 세 번째 우승을 기원하며 구입했던 롤렉스 시계가 공개됐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고가의 명품시계는 그동안 LG의 KS 우승 상징물처럼 여겨졌다. 누군가 시계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LG가 KS 정상에 섰다는 것을 의미했다. 과연 이 시계의 주인공이 누가 되느냐에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외국인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LG 선수들은 그저 시계의 주인이 탄생할 수 있게 팀이 KS 정상에 서기만을 바랐다.
“MVP에게 주어질 시계를 받고 싶다. KS MVP를 정할 권한이 내게 있다면 나에게 주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던 오지환이지만, 그 역시 그 시계가 지닌 의미와 상징성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소유하기보다는 ‘구단주(구광모 회장)에게 돌려줌으로써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하는 게 맞겠다’는 것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LG가 KS 정상에 등극하기까지는 무려 29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많은 감독, 코치, 선수들이 LG를 상징하는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LG가 가을야구를 펼칠 때마다 명품시계와 KS 우승 만찬주인 아와모리 소주는 늘 화제가 됐다. 2023년 가을 마침내 봉인이 해제됐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LG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는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주장 오지환도 다르지 않았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