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 페인팅 마임으로 에밀리오 베도바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보여준 시각 장애 재즈 보컬리스트 이동우.
12월 7일 오후 8시 진행된 공연은 에밀리오 베도바 작가에 대한 오마주로 기획됐다. 전시 제목과 같은 ‘색, 그리고 제스처’의 세계를 아티스트 감각으로 풀어내 갤러리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작품 관람의 경험을 선사했다.
시각 장애를 가진 재즈 보컬리스트 이동우는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통해 가장 시각적인 예술인 회화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페이스 페인팅 마임으로 풀어 보였다. 피아니스트 송광식이 즉흥 연주로 이동우와 호흡을 맞췄다.
작가의 말을 전하는 배우 소유진의 내레이션이 어우지면서 갤러리는 에밀리오 베도바의 작품을 색다른 관점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감각의 장으로 변모했다.

내레이션으로 작가의 말을 전하고 있는 배우 소유진.
이동우는 공연 중 에밀리오 베도바에게 “당신이 보는 세상도 내가 보는 세상도 같은 검정색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안에도 분명 구조가 존재하고 있을 거예요. 그 세상은 강렬하고 경쾌하고 세밀하고 거침이 없습니다”라는 독백으로 말을 건네며 자신이 감각하는 추상의 세계를 표현했다.
갤러리와 함께 공연을 기획한 연출자 한지수는 “에밀리오 베도바 작가에 대해 공부하면서 작가가 ‘회화란 신체적 퍼포먼스에 뿌리를 둔 인간의 행위’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로 그는 종종 붓이 아닌 손과 손가락의 흔적으로 캔버스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작가였다는 점에서 모티브를 얻어 마임 퍼퍼먼스, 가사없는 보이스 보컬, 즉흥 연주가 어우러진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이날 공연은 한국에 처음 소개돼 다소 낯선 에밀리오 베도바의 그림을 좀더 쉽고 친근하게 소개하는 전시연계 프로그램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탈리아 에밀리오 베도바 재단도 기획단계에서부터 “꾸밈없는 감정을 오롯이 색과 제스처로 담아낸 작가의 작품세계와 잘 맞는 공연”이라며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에밀리오 베도바의 작품이 전시된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갤러리.
한편, 프로젝트 그룹 ‘한송이’는 재즈 보컬리스트 이동우,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송광식, 기획 연출자 한지수로 구성된 팀으로 앞으로도 전형적인 무대를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서 다양한 예술 장르와 결합하는 공연을 시도할 계획이다.
에밀리오 베도바의국내 첫 개인전은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내년 1월 13일까지 열린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