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용기 거붕그룹 회장은 교육, 의료사업을 통해 나눔과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고 한국과 대만의 민간교류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 거붕그룹
‘나눔의 삶 앞장’ 거붕그룹 백용기 회장 별세
거붕백병원 500병상, 화도중 명문으로 육성
대만과 민간교류에 앞장 최고영예 훈장 받아
거붕(鉅鵬)그룹 백용기 회장이 8월 30일 별세했다. 향년 64세.거붕백병원 500병상, 화도중 명문으로 육성
대만과 민간교류에 앞장 최고영예 훈장 받아
고(故) 백용기 회장은 토보콤 등 5개 기업과 비영리 의료법인, 학교법인을 운영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평가다. 특히 거붕백병원의 모태인 거제기독병원을 인수해 지역 의료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백 회장은 미국 선교사이자 외과 의사인 시블리 박사가 1969년 설립한 거제기독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방문했다. 그는 ‘독일 개신교 중앙개발원조회 등 많은 자선단체가 거제도민의 행복과 번영을 염원하는 사랑의 표상으로 이 병원을 건립 기증한다’는 병원의 녹슨 동판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 1999년 인수를 결심했다.
이후 과감한 투자와 꾸준한 증축을 통해 2023년 500병상에 MRI 등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거제 최대 규모의 병원으로 성장시켰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대응에 앞장선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고인은 교육문화사업에도 온 힘을 쏟았다. 2005년에는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몰린 경기 화성시 화도중학교를 인수했다. 문화예술, 영어, 독서교육 등을 특성화해 학생 157명, 교사 22명의 작은 지역학교를 명문 중학교로 탈바꿈시켰다. 거제소년소녀합창단에도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 거제문화회관에서 가수 남진 공연을 무료로 여는 등 지역민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백 회장의 남다른 ‘대만 사랑’은 유명하다. 1992년 한국이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자 주한대만대사관 외교관들에게 며칠씩 식사와 술을 대접하며 단교의 통한을 함께 나눴다. 그의 진심이 씨앗이 되어 서울-타이페이클럽이 생겼고, 직접 회장을 맡아 민간사절단을 이끌고 자주 대만을 방문하면서 대만 정재계에 마당발로 통할 정도로 민간교류에 앞장섰다.
대만은 백 회장의 공로를 인정해 중화민국 경제훈장(2009년), 중국문화대학 명예경영학박사(2011년), 입법원 외교영예훈장 및 외교부 외교훈장(2013년), 입법원 외교최고영예훈장(2015년) 등 민간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을 수여했다.
백 회장은 ‘밥을 사는 사람이 되라’는 부친의 유언을 고집스럽게 실천하며 늘 주변에 밥을 베풀었다. 말년 투병을 하면서도 주변에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은 백 회장의 생일 잔치에서 그와 친형제처럼 지내온 작사·작곡가 김동찬과 가수 남진이 ‘밥 사는 사람’이란 노래를 지어 선사하기도 했다.
김동찬 작곡가는 “백 회장은 그의 호(號)만큼이나 가슴이 크고 따뜻해 늘 밥을 사는 분이었는데, 오늘도 결국 빈소에서 백 회장의 밥을 먹게 되니 눈물이 난다”며 아쉬워했다.
백 회장의 영결식은 2일 오전 6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며, 유해는 평생 그가 사랑했던 거제도의 거붕백병원을 거쳐 경남 양산시 석계공원묘원에서 영면한다.
1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모습.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