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울산 감독이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와 K리그1 원정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과가 KFA 전력강화위원장으로 활동한 그는 이날 경기 후 KFA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에 대해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정치권까지 가세한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 반복적인 대한축구협회(KFA)의 행정 난맥상에 말을 아껴온 김판곤 울산 HD 감독이 침묵을 깼다. 잘못된 시스템과 여기에서 비롯된 감독 선임 절차와 관련한 내용이 핵심이다.
김 감독은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하나은행 K리그1 2024’ 32라운드 원정경기(1-0 승)를 마친 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서부터 명확한 방향 설정이 되지 않았다. 국내 지도자인지, 외국인 감독인지, 대체 왜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오해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7월 대표팀으로 떠난 홍명보 감독에 이어 울산 지휘봉을 잡은 그는 2018년 1월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현 전력강화위원장)을 맡아 2022년 말레이시아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KFA 요직을 거쳤다. 특히 2022카타르월드컵 16강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을 영입해 행정가로서 역량을 뽐냈다. 이번 사태의 원인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나, 불필요한 구설을 피하기 위해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2018년 여름 벤투 감독을 선임할 당시 전력강화위원회는 대표팀 운영에 관한 전권을 지니고 있었다. 감독 선임과 평가, 해임까지 모든 권한을 가졌고 몸값 협상에도 적잖이 관여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6년 전 ‘벤투 선임’ 프로젝트를 전폭 지원한 이가 당시 전무이사였던 홍 감독이다.
김 감독은 “ 전력강화위원회의 권한이 확실할 땐 대표팀은 좋은 성과를 냈고, 공정한 철학과 시스템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런 권한이 사라졌고, 현재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KFA는 2021년 7월 정관을 개정하면서 전력강화위원회의 역할을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 및 자문’으로 축소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유로 댔으나, 전력강화위원회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거북했던 일부 인사들이 권한 축소를 주도했다. 이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과 홍 감독의 선임에서 확인된 ‘전력강화위원회 패싱’과 ‘깜깜이 선임’으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꽉 막힌 KFA의 소통방식을 비판하는 한편 대표팀을 향한 응원도 당부했다. “이번 감독 선임은 와해된 팀 분위기 수습이 우선이었다. 목적과 방향이 뚜렷했는데도 KFA가 팬, 미디어에 제대로 설명하지도, 설득하지도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고 말한 그는 “대표팀이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임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의 힘을 빼기보다 응원이 필요하다. 나중에 잘못되면 홍 감독과 뽑은 이들이 함께 책임지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