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에서 맞붙은 삼성 박진만 감독(왼쪽)과 LG 염경엽 감독. 대구|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파크팩터(Park Factor)는 구장 성향을 나타내는 지표다. 구장마다 규격이 다르고, 해당 지역의 기후와 고도 등 환경적 요인도 천차만별이니 그에 따른 투·타의 유불리를 한눈에 보기 위해 만든 것이다. 파크팩터 수치가 1보다 낮을 경우 투수, 높을 경우 타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게 보편적이다.
●빅볼
정규시즌 2위 삼성 라이온즈의 안방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대표적인 타자친화형 구장이다. 매 시즌 득실점 차이에 따라 산출되는 파크팩터 값이 유동적이지만, 올 정규시즌 역시 1.153이라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른바 ‘홈런공장’이라는 별칭이 붙은 인천SSG랜더스필드(1.171)에 이은 2위지만, 아주 큰 차이는 아니다. 그리고 삼성은 홈구장의 이점을 아주 잘 활용했다. 안방에서만 119개를 친 덕분에 이승엽-마해영-양준혁 트리오를 앞세운 2003년(213개) 이후 21년 만에 팀 홈런 1위(185개)에 올랐다.
이에 삼성과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맞붙은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도 팀 색깔에 맞게 기동력과 작전야구를 앞세우되 ‘빅볼’을 구사하려는 속내를 내비쳤다. 큰 것 한 방이 경기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삼성만큼 대구에서 힘을 쓰진 못했다. 삼성은 홈런 세 방을 앞세워 1차전 힘 대결에서 앞섰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장타력은 우리 팀이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라고 자신했다.
●극과 극
올해 PO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구장의 성향이 극과 극이라는 점이다. PO 3~4차전이 예정된 잠실은 대구(107m)보다 좌·우중간 펜스만 13m 더 멀고, 파크팩터(0.829) 또한 KBO리그 1군 9개 구장 중 가장 낮다. 리그에서 가장 투수친화적 구장이라는 평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타자친화적 홈구장에선 고전하다가 잠실 원정경기에선 유독 두드러지는 성적을 내는 투수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 점이 또 다른 PO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삼성 마운드는 올 시즌 대구에서 팀 평균자책점(ERA) 4.79(4위)를 기록했는데, 잠실(4.37·3위)에선 좀 더 나은 기록을 올렸다. LG(4.27·2위)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반면 잠실에서 타격은 LG가 팀 타율(0.289·3위), OPS(출루율+장타율·0.788·3위) 모두 앞섰다. 삼성은 타율(0.230·10위), OPS(0.639·9위) 모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구장의 성향이 향방을 가를 수도 있는 시리즈라 투수력 대결도 중요하다. 박 감독은 “대구에서 우리 장점을 살리는 게 맞지만, 잠실에서 경기 운영을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작전을 구사하고, ‘뛰는 야구’를 할 수 있다. 구장에 따라 다른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며 맞불을 예고했다.
대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