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7일 서울 공군호텔 연회장에서 도시정비교육과정 수료식과 송년회에서 최종련 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대한도시정비관리협회
주거 환경 개선을 말할 때 가장 첫 손에 꼽히는 것이 재개발·재건축이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어렵게 결성된 조합은 내홍에 시달리고, 사업 추진 중에도 여러 풍파를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같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나선 이가 있다. 대한도시정비관리협회(대정협) 교육원 최종련 원장이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 갈등 문제를 연구한 행정학 박사인 최종련 원장은 재개발·재건축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하나다. 그가 이끄는 대정협 교육은 재개발·재건축 조합 관계자들의 필수 교육과정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종련 원장에게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현실과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그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잘 추진하려면 법과 정책, 현장사례 등을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 관계자들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재개발·재건축 관련 법이 50가지 정도 됩니다.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어려워요. 그런데 그 법 중에서 조합이 직접 집행하는 항목이 약 45개입니다. 변호사들도 형법·민법은 배우지만 재개발·재건축 관련 법은 법학전문대학원에서도 안 가르쳐서 잘 모릅니다. 조합 사업을 진행하려면 이걸 공부해야 해요. 그래야 갈등을 줄이고, 문제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대한도시정비관리협회의 도시정비교육 과정에서는 무엇을 배우나요.
“정비사업 전문과정과 최고위과정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전문과정에서는 사업 추진에 필요한 법령과 상식, 쟁점 등에 대한 기초이론을 공부하고 현장에서 적응하는 능력을 키웁니다. 전문과정 이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최고위과정에서는 현장 전문가와 함께 세미나 형태로 교육이 진행됩니다.”
-주로 어떤 분들을 교육생으로 받으시는지요.
“재개발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죠. 별도의 자격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조합장, 추진위원 등이 받고, 주민들이나 협력사 관계자들도 많이 옵니다. 협력사들 같은 경우는 교육에 오면 조합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영업활동도 되는 것이고요.”
-교육 시간은 어떻게 됩니까.
“전문과정부터 시작을 하는데, 일주일에 8시간씩 8주를 진행합니다. 화요일과 목요일에 4시간씩 해서 64시간 교육을 받는 거죠. 그다음 최고위과정에서는 32시간 교육이 진행됩니다. 교육 수료자들에게는 저희가 수료증을 주는데, 공공입찰에서 교육기관 수료자는 2% 가산점을 받습니다. 상당한 특전이죠.”
-재개발·재건축 조합 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조합 사업에서 문제가 생기는 요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조합장과 집행부의 도덕성이죠. 그리고 두 번째가 갈등입니다. 토지 수용자간의 갈등도 있고, 조합과 시공자의 갈등도 있을 겁니다. 이 같은 갈등을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최종련(앞쪽 왼쪽) 원장이 지난 11월7일 열린 송년회에서 도시정비교육과정 수료식과 송년회를 후원한 정책기술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대한도시정비관리협회
-시공사와의 갈등에서 큰 부분이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것인데요. 사업 중 공사비 갈등은 왜 발생하는 걸까요.
“사업 중에 공사비가 올라가는 것은 처음에 계약 단계에서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공사비는 마감 자재에서 차이가 납니다. 시공사는 땅을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땅값에서 차이가 날 것도 아니고, 철근이나 시멘트 등은 정부의 통제를 받죠. 결국은 바닥재라거나 창문 같은 마감재에서 차이가 나는데, 이 부분을 계약할 때부터 정확히 해야 합니다. 실제로 계약할 때 마감 자재까지 완벽하게 정리해서 사업을 깔끔하게 진행한 조합이 몇 있습니다.”
-조합이 더 신중해야 하는 부분 외에 정부에서 공사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요.
“저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 건설사가 들어와서 경쟁을 하게 하면 됩니다. 지금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현장에 외국 건설사는 못 들어오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경쟁을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현대, 현대산업개발, 대우, 롯데 같은 대기업을 이기고 들어올 업체가 없어요. 기본적으로 어떤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같은 대기업의 공사비가 왜 높아졌습니까. 전 세계에서 아파트에 브랜드가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법에서 정한 대로 건축사가 설계를 하고, 시공사가 규정된 만큼 철근과 시멘트를 사용하는데 왜 브랜드가 필요합니까. 결국 언론이 브랜드를 띄우고, 그 브랜드 가격만큼 비싸지는 겁니다. 이런 부분을 조정하면 가격은 낮출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좋은 내용이 많은데 구체적인 실현성이 낮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8.8 부동산 대책 같은 경우 노후 계획도시 특별 정비에 관한 계획을 발표했죠.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를 11월 말까지 정하고, 2033년도까지 26만 가구 이상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거예요. 원대한 목표는 좋아요. 저도 공감을 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대책의 문제점과 실현 방안을 주제로 1월쯤에 토론회를 열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저희 교육원 세미나에서도 정부 정책을 중심으로 다뤘는데요. 조합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저는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해 준다고 할 때 빨리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일입니다. 전문가로서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주거난은 어떻게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집값이 싸죠. 그렇지만 젊은 사람들이 살려면 직장 주변에 주택을 공급하는 게 제일 좋아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직장 주변보다도 교육·문화 등의 환경이 좋은 서울을 원하죠. 그렇다고 은행 금리를 낮춰줘서 집을 마련하게 해주면 가계부채가 늘어나 악순환이 됩니다. 저는 강북 지역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동구, 광진구, 중랑구, 성북구 같은 곳에 대한 도시 계획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어요. 정치인들이 단순히 용적률 상향에 신경을 쓰는데, 실제 수요자들이 요구하는 평형을 잘 판단해야 합니다. 요즘 주택들은 평수만으로 작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건축 공법이 많이 발전해서 18평 정도면 방 2개에 거실이 충분히 나오고, 22~23평이면 방 3개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감안해서 획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정치인들이 정치 논리로 서민 생활에 접근해서는 안 돼요.”
-앞으로의 개인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이 전공 분야에서 계속 일하려 합니다. 재개발·재건축은 비용을 가장 적게 들이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최고의 사업이에요. 다만 문제가 있다면, 사람들이 잘 몰라서 감옥을 가고 사업이 지체되어 불행해지는 일이 많다는 것이죠. 그런 걸 좀 막기 위해서 한 10년 정도, 내가 80대 중반이 되기까지 일을 계속 하려고 합니다.”
장관섭 스포츠동아 기자 localc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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