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병원 뺑뺑이’로 불리는 국내 응급환자 이송과 치료 시스템의 개선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고려대의료원(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윤을식)이 필수적인 정보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고려대의료원은 응급환자의 효율적인 연계와 이송에 필수적인 의료자원 정보 플랫폼 사업을 앞장서 추진한다. 이를 위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전담하는 총사업비 36억 원 규모의 ‘실시간 의료자원정보 플랫폼 구축’사업을 수주했다. 이어 핵심 참여기관으로서 착수 보고회를 갖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실시간 의료자원정보 플랫폼 구축 사업’은 정부 차원의 국민 체감형 민간 혁신 프로젝트로 발주해 8월까지 진행한다. 응급환자를 적시에 치료 가능한 의료시설로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최근 팬데믹이나 응급실 미수용 사태에서 환자를 긴급 이송할 때 각 의료기관 별로 해당 의료진의 유무와 가용 병상, 시설 등을 담당자에게 일일히 연락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특히 이런 정보와 자료가 대부분 수기로 관리하고 있어 확인과정과 시간이 지체되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실시간 의료자원정보 플랫폼 시스템                        사진제공|고려대의료원

실시간 의료자원정보 플랫폼 시스템 사진제공|고려대의료원

이번 사업의 큰 특징은 병원정보시스템(HIS)의 관련 정보를 세분화해 병상의 사용 가능 여부부터 필요한 장비의 가동 상태, 주요 중증질환 수용 여부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관리한다. 또한 이렇게 취합한 정보를 1분 주기로 중앙응급의료센터(EMRIS)에 전송한다.
이를 위해 병상 준비상황(소독, 린넨 교체, 입퇴원 예정 정보 등)을 세분화해 실제 가용 상태를 명확히 표시하고, 에크모(ECMO), 인공호흡기, MRI 등의 필수 의료장비도 사용 가능, 사용 중, 정비 중, 고장 수리 등으로 분류해 관계자들이 빨리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번 사업을 통해 ‘응급의료자원 통합 대시보드’를 구현해 응급실 의료진이 병상, 장비, 인력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환자 접수 후 병동, 장비실, 진료과별로 각각 문의를 해 최종치료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시보드를 통해 수술방 공실이나 장비 고장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함으로써 원내 의사결정이 훨씬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응급환자 최초수용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에볼라바이러스, 사스(SARS), 메르스(MERS) 등 1급 법정감염병 발생 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전산화 체계도 마련한다.
고려대의료원은 최근 과기부 주관 ‘실시간 의료자원 정보 플랫폼 구축사업’을 수주해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사업착수보고회에 참석한 프로젝트 사업단장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이성우 교수(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와 정부기관, 사업단 관계자들                                 사진제공|고려대의료원

고려대의료원은 최근 과기부 주관 ‘실시간 의료자원 정보 플랫폼 구축사업’을 수주해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사업착수보고회에 참석한 프로젝트 사업단장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이성우 교수(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와 정부기관, 사업단 관계자들 사진제공|고려대의료원

고려대의료원은 ‘실시간 의료자원 정보 플랫폼’의 성공적인 구축을 위해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이성우 교수를 총괄책임자로 선임했다. 아울러 고려대안산병원도 수행기관으로 참여시켰으며, 삼육서울병원과 IT기업 에이아이티스토리와도 협업할 예정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세 병원 모두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PHIS)을 운영하고 있어 국내 응급의료체계 디지털 전환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프로젝트는 올해 말까지 안정적 운영을 위한 실증을 마친 후 2026년부터 보급, 확산 단계를 밟을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전국 응급의료기관의 자원 관리와 응급환자 치료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을식 고려대의료원 의무부총장은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중증환자 이송 필요 여부까지 신속히 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 환자의 골든타임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사업의 성공적인 완수로 의료자원에 대한 표준화, 디지털화 기반을 닦아 국민 안전은 물론 국가 재난사태 대응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