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소경기 정규리그 우승! 현대캐피탈, ‘명가 재건’ 약속 지켰다…명장이 깨운 ‘우승 DNA’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과 선수들이 2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우리카드를 꺾고 7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우승을 조기에 확정했다.

현대캐피탈은 2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도드람 2024~2025 V리그’ 정규리그 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이겨 챔피언 결정전으로 직행했다. 현대캐피탈(26승4패·승점 76)이 남은 6경기에서 전패하더라도 2위 대한항공(19승11패·승점 57)에 앞선다.

이번 시즌 목표로 삼은 ‘트레블(3관왕)’에도 성큼 다가섰다. 비시즌 개최된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에서 11년 만에 정상에 오른 데 이어 V리그 정규리그도 1위로 마친 현대캐피탈은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방점을 찍고자 한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내 생애 가장 기쁜 날 중 하루다. 좋은 배구를 보여줬다.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다만 끝이 아니다. 3번째 트로피(챔피언 결정전)가 기다린다”며 활짝 웃었다.

현대캐피탈의 직전 정규리그 1위는 2017~2018시즌이다. 7시즌 만에 정규리그 정상을 탈환한 가운데 이제 2005~2006시즌에 이어 19시즌만의 통산 2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아울러 현대캐피탈은 역대 최소경기 정규리그 1위 확정에도 성공했다. 남자부 7개 구단, 36경기 체제에서 역대 가장 빨리 1위를 확정한 것은 정규리그 종료까지 4경기를 남기고 1위를 굳힌 2017~2018시즌의 현대캐피탈인데, 7시즌 만에 자신들이 세운 기록을 직접 갈아치웠다.

환골탈태다. 현대캐피탈의 최근 가장 좋은 성적은 2022~2023시즌의 정규리그 2위-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이다. 지난 시즌에는 최태웅 전 감독의 사퇴로 이어진 부진 속에 4위에 그쳤다. 오랜 맞수 대한항공의 기세에 철저히 눌렸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리더십부터 교체했다. 지난 시즌 도중 블랑 감독의 선임 소식을 일찌감치 알렸다. 프랑스와 일본 남자대표팀 등을 이끌고 국제배구연맹(FIVB) 네이션스리그와 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둔 세계적 명장이다.

‘명가 재건’의 중책을 맡은 블랑 감독은 기본에 충실했다. 선수 개개인의 몸 상태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체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고유의 강점인 서브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아쉬웠던 리시브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또 빡빡한 시즌 일정을 고려해 주기별 훈련으로 과부하와 부상을 막았다.

참모들도 훌륭했다. 지난 시즌 감독대행을 맡았던 진순기 코치는 자신의 경험을 잘 살려 ‘리더십 개편’에 따른 선수단의 혼란을 최소화했다. 역시 여러 팀에서 감독을 거친 파비오 스토르티 코치(이탈리아)는 지난해 2월 조기 합류해 최상의 조력자로서 임무를 다했다.

이처럼 코칭스태프가 빈틈없이 움직이자, 코트에는 활력이 넘쳤다. 토종 에이스 허수봉과 외국인 주포 레오, 아시아쿼터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신펑이 구축한 삼각편대의 화력은 경기를 치를수록 위력을 더했고, 세터 황승빈과 호흡 또한 완성도를 높여갔다. 여기에 최민호-정태준이 이룬 안정적인 미들블로커(센터) 라인에 몸을 사리지 않은 리베로 박경민까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팀으로 거듭났다. 허수봉은 “챔피언전 우승을 못한지 너무 오래됐다”며 의지를 다졌다.

정규리그 30경기 동안 현대캐피탈은 4번밖에 지지 않았다. 5라운드에서 KB손해보험과 대한항공에 패했으나, 1~4라운드 전승을 챙기며 압도했다. 6라운드 6경기를 여유롭게 치를 수 있게 돼 주축들의 체력을 아끼며 플랜B까지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