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4기 정몽규호’가 출범했다.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은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회장 선거에서 허정무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과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를 제치고 4연임에 성공했다. 2013년 1월 처음 KFA 수장에 오른 정 회장의 4번째 임기는 2029년 초 정기총회까지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압도적 지지였다. 선거인단 192명 중 183명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 무려 156표를 얻어 결선 투표 없이 당선됐다. 허 전 감독과 신 교수는 각각 15표, 11표에 그쳤다.

파행에 파행을 거듭한 선거가 계속 미뤄지면서 KFA의 행정 공백이 컸던 만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3번째 임기 중 시작해 현재진행형인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건립과 K리그 디비전 시스템 구축 등 기존 대형 사업들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특히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 충남 천안 일대에 짓고 있는 축구종합센터는 KFA의 핵심 프로젝트로 올 7월 준공 예정이다.

선거 기간 내세운 세부 공약도 지켜야 한다. ▲집행부 쇄신, 선거인단 확대 ▲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 재정립 ▲남녀대표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권 진입 ▲2031아시안컵 및 2035여자월드컵 유치 ▲K리그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 규정 준수 및 협력관계 구축 ▲지역축구 활성화 및 시도협회 공동 마케팅 ▲국제심판 양성 및 수당 현실화 ▲유럽 진출 센터 설치 ▲여자축구 프로·아마추어 통합 코리아컵(FA컵) 개최 ▲지도자 전문 교육 프로그램 지원 ▲축구인 일자리 창출 ▲현장 소통 강화 및 인재 발탁 등 12가지다.

그러나 ‘4기 정몽규호’에는 불안 요소도 적잖다. 무엇보다 대중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K리그 승부조작 가담자에 대한 기습 사면 시도와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시선이 곱지 않다.

이 과정에서 비롯된 정부와 갈등도 반드시 풀어야 한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몽규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KFA를 특정 감사한 문체부는 정 회장에게 운영부실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권고했다. 정 회장은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후보자 자격을 유지한 끝에 4연임에 성공했으나, 문체부는 곧장 본안소송에 나섰다.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법원이 본안소송에서 문체부의 손을 들어주면 더 큰 파열음이 불가피하다. 물론 자체 징계 권한을 지닌 KFA 징계위원회가 정 회장을 중징계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문체부에선 KFA에 대한 보조금 환수 및 제재금 부과 등의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KFA의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