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포항공장 전경. 사진제공ㅣ현대제철

현대제철 포항공장 전경. 사진제공ㅣ현대제철




포항, 인천, 당진 공장 잇단 셧다운…생산량도 급감
3위 동국제강은 두 자릿수 직원 채용하며 탄력받아
만성적 노사 갈등이 기업 경쟁력 저하 우려 목소리

국내 철강사 부동의 2인자인 현대제철의 위상이 요즘 말이 아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을 비롯 당진, 인천공장 등의 셧다운에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면서 철강도시 포항의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여기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4일 미국 현지에 8조5000억원(58억달러) 규모의 철강회사를 세우겠다고 발표하면서 현대제철 안팎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 소식을 접한 포항공장 직원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앞으로 포항공장은 어떻게 되나”라면서 걱정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 현대제철 공장이 세워지면 포항을 비롯 국내 사업장의 시설과 인력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현대제철은 포항에서 포스코 다음으로 규모가 큰 철강사로 포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포스코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현대제철의 경영상황이 어려우면 포항경제에도 당연히 그 영향을 미치게 된다.

2일 현대제철 포항 1공장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2공장은 차량 출입이 뜸하다. 지난해부터 H-빔라인 가동을 중단한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그룹 내에서 가장 먼저 기술직 근로자 12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으나 신청자가 20여명 안팎에 그치면서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는 현대제철 그룹 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으나 신청자가 얼마가 될지는 미지수다.

현대제철의 이런 경영위기 배경에는 중국발 저가 철강제품의 덤핑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 여기에 미국의 철강 관세 압박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인천공장의 철근 생산라인 셧다운도 국내 건설경기 침체와 무관치 않다.

현대제철의 이런 위기는 오랜 노사갈등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원들의 높은 인건비에 매년 임단협 때마다 목소리가 센 강성 노조에 사측은 맥을 못춘다. 사측은 올해 노조에 맞서 당진공장 일부 직장폐쇄라는 초강수까지 뒀으나 노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분석이다.

명실상부한 철강 1인자인 포스코도 지난해 7월 포항 1제강공장을 폐쇄한데 이어 11월에는 포항 1선재공장까지 폐쇄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 2인자인 현대제철이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잘 극복하지 못하면 3위인 동국제강에 추월당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희망퇴직을 받는 현대제철과는 달리 동국제강은 서울·인천·포항·당진에 근무할 22개 직무 신입사원과 서울·인천·포항에 근무할 3개 직무 경력사원을 두 자릿수로 모집한다.

국내 철강 2, 3위의 경영환경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포항ㅣ김명득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김명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