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으로 65세에 별세… 딸 메르세데스가 직접 밝혀
‘탑건’부터 ‘도어즈’까지… 연기 인생 되돌아보기
후두암 이겨낸 뒤 ‘탑건: 매버릭’으로 마지막 인사

발 킬머.  AP 뉴시스

발 킬머. AP 뉴시스


할리우드 스타 발 킬머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65세.

킬머는 4월 1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폐렴으로 숨을 거뒀다. 딸 메르세데스 킬머는 부친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폐렴이 직접적인 사인이었다”고 밝혔다. 킬머는 2014년 후두암 진단을 받고 긴 투병 생활 끝에 병을 이겨냈지만, 건강이 다시 악화해 결국 생을 마감했다.

1986년 영화 ‘탑건’에서 아이스맨 대위 역을 맡으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그는, 주인공 매버릭 역의 톰 크루즈와 긴장감 넘치는 라이벌 구도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1995년에는 ‘배트맨 포에버’에서 주인공 배트맨을 연기하며 슈퍼히어로 배우로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킬머는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였다. 1991년 영화 ‘도어즈’에서 록 밴드 도어즈의 보컬 짐 모리슨을 연기하며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고, 해당 작품은 최근 한국에서 재개봉되기도 했다.

2022년에는 ‘탑건: 매버릭’에서 아이스맨 제독 역으로 다시 한번 팬들 앞에 섰다. 후두암 치료로 목소리를 잃은 그는 특수 음성합성 기술을 통해 대사를 전달하며 진한 울림을 남겼다. 당시 인터뷰에서는 “배트맨 역을 다시 맡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그 소망은 끝내 이루지 못하게 됐다.

스크린 속 캐릭터보다 더 깊고 다채로운 인생을 살았던 배우 발 킬머. 그가 남긴 작품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