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송된 미국 TV쇼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 스팟이 노래에 맞춰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America’s Got Talent 유튜브 채널

10일 방송된 미국 TV쇼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 스팟이 노래에 맞춰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America’s Got Talent 유튜브 채널


“지금까지 우리가 본 적 없는 무대다.”
현대차그룹 산하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미국 NBC 방송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AGT)’에 자사 사족보행 로봇 ‘스팟(Spot)’ 5대를 출연시켜 정교한 단체 안무를 선보였다. 로봇이 펼친 무대는 감탄과 환호를 불러일으키며 심사위원 전원의 ‘예스’를 이끌어냈다.

● 인간보다 더 유연한 동작
‘아메리카 갓 탤런트’는 노래, 댄스, 마술, 연기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참가자들이 경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4명의 심사위원 중 3명 이상에게 ‘예스’를 받아야 다음 라운드 진출이 가능하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이 프로그램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로봇 댄싱으로 역사를 새로 쓰다’는 제목의 무대를 공개했다. 영상에는 스팟 5대가 퀸(Queen)의 ‘돈 스탑 미 나우(Don’t Stop Me Now)’에 맞춰 정밀한 군무를 펼치는 장면이 담겼다.

스팟은 각기 다른 위치에서 출발해 함께 모였다가 퍼지기를 반복하며 좌우로 리듬을 타는 등의 복합 동작을 구현했다. 로봇 팔을 가사에 맞춰 움직이는 장면은 마치 실제로 노래를 부르는 듯한 연출까지 더해졌고, 관객의 시선을 압도했다, 하지만 공연 중 한 대가 돌연 멈추며 주저앉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나머지 4대는 흐트러짐 없이 동작을 끝까지 이어가며 무대를 완성했고, 관객석에서는 기립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NBC의 ‘아메리카 갓 탤런트’ 무대에 로봇 ‘스팟’을 출연시켜 역동적인 안무를 선보였다. 사진은 방송 장면. 사진제공|America’s Got Talent 유튜브 채널

보스턴다이나믹스는 NBC의 ‘아메리카 갓 탤런트’ 무대에 로봇 ‘스팟’을 출연시켜 역동적인 안무를 선보였다. 사진은 방송 장면. 사진제공|America’s Got Talent 유튜브 채널

● 현대차그룹 기술력과 시너지
심사위원 중 한 명은 “오히려 한 대가 멈춘 것이 퍼포먼스 난이도를 증명해 주는 장치가 됐다”고 평가했다. 다른 심사위원이 “고칠 수 있는가?”라고 묻자, 무대에 함께한 보스턴다이나믹스 연구원은 “물론이다. 우리 회사는 ‘만들고, 부수고, 고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기술을 축적해왔다”고 답했다.

이 말이 끝나자 무대 한켠에서 멈춰 있던 스팟 1대가 갑자기 작동을 재개했고, 중앙으로 이동해 다시 군무에 합류하자 공연장은 다시 한 번 뜨거운 환호로 뒤덮였다. 결국 심사위원 4명 전원으로부터 ‘예스’를 받아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측은 “이번 퍼포먼스는 실시간 AI 제어와 감성 기반의 모션 알고리즘이 결합된 전용 댄스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것”이라며 “스팟의 감정 표현과 상호작용 기술이 대중 무대에서도 통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계기”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하며 로봇 기술 확보에 본격 나섰다. 이후 ‘로보틱스 랩’을 신설하고 인간 친화형 로봇 개발,제조용 스마트 로봇 솔루션 등 다양한 협력 과제를 함께 추진 중이다.

특히 AGT 무대에 오른 스팟은 산업현장 안전 점검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스팟의 모션 데이터와 이동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물류 자율로봇,건설 현장 로봇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검토 중이다.

한편,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는 올해 연말부터 현대차 완성차 생산 라인에 투입돼 조립 보조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범용 인공지능(AGI)을 탑재한 차세대 로봇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