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세징야(왼쪽)가 12일 울산과 원정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김병수 감독과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 세징야(왼쪽)가 12일 울산과 원정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김병수 감독과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전설적인 명장 알렉스 퍼거슨이 남긴 이 말은 축구계의 불문율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대구FC와 세징야(36·브라질)의 관계만큼은 예외일지 모른다.

세징야는 12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극적인 2-2 무승부를 이끌었다. 전반 32분 김주공의 크로스를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았고, 후반 41분에는 프리킥 한 방으로 동점골까지 터트렸다.

대구는 이날까지 리그 10경기 연속 무승(4무6패)으로 최하위(12위·승점 14)를 벗어나진 못했다. 그러나 ‘거함’ 울산을 상대로 얻은 승점 1은 분명 의미가 있다. 올 시즌 박창현 감독이 물러나고 5월 김병수 감독으로 사령탑을 바꾼 뒤 아직 승리가 없지만, 반등의 불씨를 조금이나마 살렸다. 대구는 자동 강등되는 최하위를 벗어나기 위해 일단 11위 수원FC(3승7무10패·승점 16) 추격을 우선 목표로 잡고 있다.

대구 세징야(가운데)가 12일 울산과 원정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 세징야(가운데)가 12일 울산과 원정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해결사는 역시 세징야였다. 그의 득점 본능이 대구를 구했다. 이날 울산전은 세징야의 K리그 복귀전이었다. 그는 5월 3일 제주 SK와 홈경기에서 왼쪽 무릎 인대 부상을 당한 뒤 두 달 넘게 재활에 매진했다. 이달 3일 강원FC와 코리아컵 8강전 홈경기에서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밟았으나, K리그는 이날이 복귀전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왔음에도 여전한 컨디션을 뽐낸 그는 소위 ‘멱살을 잡고’ 팀을 벼랑에서 끌어올렸다.

울산의 집중 마크도 그를 막아내진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상대 수비를 뚫는 영리한 움직임과 한 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은 여전히 K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2016년 대구 유니폼을 입은 뒤 10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올해 10경기 4골·3도움을 뽑으며 여전한 존재감을 뽐낸다.

축구계에는 “세징야만 막으면 대구는 막을 수 있다”는 대구 입장으로선 불쾌할 수 있는 격언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울산은 뼈저리게 느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있다면, 대구에겐 세징야다.

대구 세징야(오른쪽)가 12일 울산과 원정경기에서 멀티골이자 팀을 2-2 동점으로 이끄는 골을 넣은 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 세징야(오른쪽)가 12일 울산과 원정경기에서 멀티골이자 팀을 2-2 동점으로 이끄는 골을 넣은 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