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 치열한 순위 경쟁 속 더욱 빛나는 1승의 가치

미사경정장에서 선수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턴마크를 돌고 있다. 사진제공 | 국민체육진흥공단

모터보트 위에서 물살을 가르며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 있다. 승부는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그 결과는 늘 냉정하다.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수없이 패배를 삼키는 선수들. 이들에게 있어 ‘1승’은 단지 숫자 하나가 아닌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이자, 자신감의 출발점이다.

2025년 경정 시즌도 어느덧 37회 차를 넘어 후반기를 향해 치닫고 있다. 경정 팬들의 눈길은 최정상급 선수들의 다승 경쟁뿐만 아니라,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몸부림치는 선수들에게도 향해 있다.

●1승을 위한 싸움…수면 위의 ‘두 번의 경합’
경정에서 1승을 따내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개의 조건이 필요하다. 스타트에서 1턴 마크까지의 주도권 싸움, 그리고 턴 마크에서 자리다툼을 모두 마치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다. 그 1승을 위해 선수들은 체력과 집중력, 전략과 기술을 갈고 닦는다. 경주가 없는 날이면 영종도 훈련원에 입소해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장점을 키우기 위해 맹훈련을 펼친다. 그렇기에 단 한 번의 승리에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김민준.

●다승왕을 향한 불꽃 경쟁
37회차 기준으로 주은석(5기, A1), 김완석(10기, A1), 김민준(13기, A1)이 나란히 33승을 기록하며 다승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김민준은 지난해 경정 최초로 한 시즌 50승을 돌파했는데, 이 기세라면 이번 시즌에도 50승을 넘어설 수 있다. 그 뒤를 위어 김응선(11기, A1), 조성인(12기, A1)이 29승으로 맹추격 중이다.

임혜란.

●단 1승에 전부를 건 이들
2018년 경정에 입문한 신선길(15기, B2)은 올해 마침내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올해 초 주선보류 명단에 들었는데 지난 1월 강자 김민준과 같은 경주에 3코스로 출전해 0.18초의 기습 스타트와 찌르기 전개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 결과 배당은 193.4배, 삼쌍승식은 1293.4배를 기록했다. 그의 1승은 단순한 숫자 그 이상이었다. 경정에 대한 자신감을 불러일으킨 값진 한 걸음이었다.

17기 신예 임혜란(17기, B2)도 입문 첫 승을 거두었다. 지난해 경정 데뷔 이후 82경기에 출전해 2착과 3착 1회씩이 입상의 전부였던 임혜란은 올해 57회 만에 첫 승을 거두며 반전의 서막을 열었다.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경기에서 모터의 기력과 피트력을 활용한 인빠지기 전개로 결승선을 통과하여 만들어 낸 의미 있는 첫 승이었다.

예상지 경정코리아 이서범 경주분석 위원은 “시즌 50승을 바라보는 선수나 통산 1승을 거둔 선수나 모두 1승을 따내기 위해 전부를 건 물 위의 승부사들”이라며 “이들이 만들어 내는 짜릿한 승리의 드라마가 경정의 진짜 매력”이라고 밝혔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