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위주의 한국, 소수의 엘리트 육성

축제처럼 즐기는 일본은 선수풀 넓어

韓과 달리 국제무대 다양한 종목서 메달
매년 7월 말이 되면 일본에선 ‘인터하이’가 열린다. 고등학생 선수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고, 지역사회는 모처럼 하나가 돼 진심으로 선수들을 응원한다. 성적은 물론 중요하지만, 인터하이는 마치 축제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우리는 어떨까. 한국의 고교 스포츠는 성과와 입시에 맞춰져 있다. ‘축제’ 대신 ‘전쟁’의 느낌이다. 그렇다고 전쟁이 축제보다 나을 것도 없어 보인다. 양국 간의 차이는 국제무대에서 성과로 드러난다. 2024파리올림픽에서 일본은 금메달 20개를 포함해 총 45개의 메달을 따냈고, 한국은 금 13개를 포함해 총 32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특정 종목에서 강세를 보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체조, 수영, 유도, 스케이트보드 등 다양한 종목에서 고르게 메달을 따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올림픽 성적을 잘 냈다’, ‘못 냈다’의 문제가 아니다. 선수의 풀을 넓히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를 보여준다.

일본의 고교 스포츠는 ‘부카츠’라는 학교 동아리에서 출발한다. 학생 대부분이 운동부 활동을 하고, 여기서 성장한 선수들이 인터하이 같은 전국대회에 나선다. 야구의 ‘고시엔’은 매년 전국적 관심을 끌고, 지역공동체가 하나로 똘똘 뭉쳐 선수들을 응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고교 스포츠는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를 얻게 된다.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한국과 달리 선수와 비선수의 경계가 선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 체육고, 엘리트 전형을 통해 일찍부터 ‘선발’과 ‘배제’가 갈린다. 성과중심주의는 초등학생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며, 일반 학생과 선수는 철저히 분리된다. 이 구조는 짧게 보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성과를 내지만, 길게 보면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선수 풀이 줄어드는 데다 경쟁력마저 사라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운동을 그만두고 난 뒤의 삶이다. 한국 학생은 운동을 접는 순간 진로가 없어지고, 학업 복귀도 쉽지 않다. 엘리트 위주의 시스템이 만든 구조적인,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성과가 없으면 버려지는 구조 속에서 학생 스포츠는 어떻게 학생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

물론 일본의 고교 스포츠 체제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은 세밀하게 짜인 시스템을 통해 고교 스포츠를 발전시켜왔다. 한국처럼 소수 학생만을 위한 시스템이 아닌, 많은 선수가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는 한국의 고교 스포츠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일지 모른다.

문제는 결국 시각이다. 우리는 여전히 스포츠를 국제대회 성과 시스템으로만 이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학생 스포츠가 그저 성공과 실패만을 가르는 낡고 완고한 시스템을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그 좁은 길의 끝에 남는 것은 상처뿐일 것이다.

일본의 인터하이가 한국 고교 스포츠에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성과는 결과일 뿐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학생이 즐거움을 얻고 배움을 얻을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포츠와 함께 호흡하는지가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지, 한국 고교 스포츠는 이 질문 앞에서 아직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배자람 학생기자(양현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