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 처음 본다” 외국인 승부수 적중한 LG의 안목, 정규시즌 우승 기폭제로

외국인 선수를 보는 LG의 안목이 통했다. 올 시즌 전후로 영입한 요니 치리노스, 앤더스 톨허스트는 정규시즌 우승의 기폭제가 됐다. 사진제공｜LG 트윈스

“이렇게 떨어지는 건 처음 본다.”

LG 트윈스의 정규시즌 우승 요인 중 하나는 외국인 선수 교체다. 올 시즌 재계약한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32)을 제외하면 선발 요니 치리노스(32), 앤더스 톨허스트(26)가 새로 이적했다. 기존의 검증된 선수를 떠나보내는 건 도박과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 2명은 우승의 기폭제가 됐다.

치리노스의 영입은 화제가 됐다.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레이스서 풀타임 선발로 뛴 이력이 있어서다. 경력이 아무리 화려해도 KBO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디트릭 엔스(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보내는 건 위험이 컸다. 엔스는 지난해 30경기에서 13승6패, 평균자책점(ERA) 4.19로 활약했다.

LG의 승부수가 통했다. 올 시즌 LG의 1선발로 출발한 치리노스는 29경기에서 13승5패, ERA 3.23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투심패스트볼과 싱커, 포크볼을 비롯한 다채로운 구종에 타자들이 적응을 어려워했다. 치리노스를 처음 상대한 한 타자는 “우리 팀 선수들 사이에선 ‘이렇게 떨어지는 건 처음 본다’는 말도 나왔다”고 혀를 내둘렀다.

LG의 승부수는 시즌 도중에도 한 차례 적중했다. 톨허스트를 영입한 건 신의 한 수가 됐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의 대체 선수로 지난달 중순 합류한 그는 8경기에서 6승2패, ERA 2.86으로 맹활약했다. 9월 들어선 상대의 전력분석에 고전한 날도 있었다. 그는 이마저도 염경엽 LG 감독, 코칭스태프, 전력분석팀, 포수 박동원과 머리를 맞대 돌파구를 찾아냈다.

LG는 에르난데스가 허벅지 근육을 다친 탓에 교체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흥미로운 건 톨허스트의 이력이다. 톨허스트는 MLB서 한 번도 뛴 적이 없다. 미국의 선수를 기준으로 삼으면 빅리그로 콜업되기에 나이가 많은 편도 아니었다. LG도 외국인 선수의 이력을 중시한 팀 중 하나였지만 그의 빼어난 커맨드와 재능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 안목이 통했다. 톨허스트를 상대한 한 감독은 “코칭스태프들이 ‘커맨드가 전성기 류현진 급’이라고 하더라. 자신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구종으로 던질 줄 아니 상대하기 무척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