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11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태스크포스 행사 도중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11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태스크포스 행사 도중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외교 정책으로 2026북중미월드컵이 큰 위기에 휩싸였다. 전세계 축구팬들의 월드컵 관전 보이콧 조짐에 국제축구연맹(FIFA)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와 영국 공영방송 BBC를 비롯한 복수의 외신들은 최근 “수많은 팬들이 트럼프의 강경한 외교 정책에 반발해 미국서 진행될 북중미월드컵 주요 경기 입장권을 취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대회는 6월 11일 개막해 7월 19일까지 총 104경기가 진행되는 데 그 중 78경기가 미국에서 진행된다. FIFA는 지난해 1억5000만건 이상 티켓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외신들은 실제 티켓 판매량이 600만~700만장 사이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을 둘러싼 국제적 긴장이 각국 정부와 팬들의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마치 럭비공처럼 종잡을 수 없다. 지난해 이란과 세네갈 등 일부 적대국가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무기한 중단한데 이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군사작전을 펼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더니 쿠바를 향해 베네수엘라산 원유 문제를 놓고 강하게 압박했고, 콜롬비아 정부에도 마약 유통을 이유로 마두로 대통령과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후에도 ‘트럼프 리스크’는 계속됐다. 그린란드 병합을 주장해 유럽 주요국들의 반발을 샀고 2월 미중앙정보국(CIA)이 제공한 정보로 멕시코군이 자국 최대 마약 카르텔 두목을 사살해 갱단의 폭력사태를 가져왔다. 또 최근엔 37년간 철권통치한 이란 정치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폭사시켜 중동 위기가 고조됐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 내 미국 우방국을 가리지않고 공격 중이다.

갱단 두목과 하메네이의 사망 정당성과 별개로 당연히 지구촌의 시선이 고울 리 없고 이는 월드컵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요르단 매체 로야 뉴스에 따르면 티켓 구매를 포기한 팬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안보 문제와 정치적 시위,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소셜미디어(SNS)에는 ‘BoycottWorldCup’을 해시태그로 띄운 수많은 게시물들이 확산되고 있다. 해외팬들도 많지만 미국 국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SNS 이용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다”며 불안감을 표했다.

이처럼 월드컵 경기 취소표가 증가하자 FIFA도 고민에 빠졌다. 노벨 평화상을 놓쳐 실망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없는 FIFA 평화상까지 제정해 수여할 정도로 미국 정부의 비위를 맞추려 애를 써온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지만 “이젠 결단을 내릴 타이밍”이라는 주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심각성을 느낀 FIFA 내부에서도 유의미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최근 인판티노 회장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이 월드컵 주최 측과 긴급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관전 보이콧은 없고, 티켓 판매는 지극히 안정적이다”는 것이 FIFA의 공식 입장이나 전례없는 개최국 리스크에 회의론이 확산되는 상황이 달가울 수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