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리버 집세 BMW 그룹 회장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BMW 파크에서 열린 ‘더 뉴 BMW i3’ 세계 최초 공개 행사에서 i3와 노이어 클라쎄의 기술적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BMW 그룹 코리아
[스포츠동아 원성열 기자]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뮌헨의 차가운 아침 공기는 전동화라는 거대한 변곡점 앞에 선 BMW 그룹의 뜨거운 의지와 극적인 대비를 이뤘다.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BMW 파크(BMW Park)’에서 공개된 ‘더 뉴 BMW i3’는 단순한 신차가 아니다. 이 거대한 돔형 경기장은 이날 BMW가 브랜드의 명운을 걸고 빚어낸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의 두 번째 역작(첫 모델은 더 뉴 BMW ix3)이자 3시리즈 최초의 전기 세단인 i3를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대관식장으로 변모했다. 노이어 클라쎄란 1960년대 재정 위기의 BMW를 구한 중형 스포츠 세단의 이름에서 영감을 받은 전동화·디지털화·순환성을 축으로 BMW의 미래를 전면 재정의하는 차세대 통합 기술 프로젝트다.

‘더 뉴 BMW i3’의 전면부. 혁신적인 라이트 시그니처로 통합된 키드니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라이트가 강렬한 첫인상을 완성한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현장에서 마주한 신형 i3는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전기차 특유의 디자인적 과장도, 내연기관 모델에서 봐온 익숙한 지루함도 말끔히 지워낸 채, 완전히 새로운 언어로 쓰인 자동차가 그곳에 있었다. 분명히 3시리즈인데, 무언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학에서 말하는 ‘낯설게하기’가 i3에 온전히 투영되어 있다. 정통 세단의 엄격함과 전기차의 유연함이 기묘하게 공존하며, 보는 이의 심미안을 자극하는 소름 돋는 새로움을 만들어낸다. BMW가 ‘2.5박스 디자인’이라 명명한 새로운 비례 역시 단순한 형태의 변화를 넘어선다.
엔진룸과 실내, 트렁크가 칼로 자르듯 구분되던 정통 3박스 세단의 전형성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보닛 끝에서 시작된 시선이 루프라인을 타고 트렁크 리드까지 단 한 번의 머뭇거림도 없이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실루엣은, 기존 세단이 결코 건드리지 못했던 유려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극단적으로 짧아진 오버행과 광활한 휠베이스는 차체를 지면 위에 낮고 단단하게 밀착시키며, 이 차가 오로지 달리는 즐거움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말한다.
잘 짜인 맞춤 수트를 입고서도 그 너머로 탄탄한 잔근육을 감추지 못하는 육상 선수처럼, i3의 디자인은 절제와 긴장감 사이에서 팽팽하게 균형을 잡는다. 짧은 오버행이 만들어내는 스포티한 자세와, 그 사이를 채우는 긴 휠베이스가 품은 여유로움은 이율배반적이면서도 완벽하게 설득력 있다. 당장 운전대를 잡고 싶다는 욕망이 자연스럽게 피어오른다.
도로를 향해 낮게 깔린 ‘샤크노즈(Sharknose)’ 디자인은 i3 외관의 백미다. 정지 상태에서도 차가 앞으로 튀어나갈 듯한 야성적인 스탠스를 완성하며, 빛의 각도에 따라 차체의 볼륨을 마치 살아있는 근육처럼 꿈틀거리게 만드는 면(Surface) 처리는 자동차 디자인이 도달할 수 있는 조형미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 혁신적인 라이트 시그니처로 통합된 키드니 그릴은 이제 단순한 흡기구를 넘어, 차량과 인간이 소통하는 지능형 인터페이스로 진화했다.
실내에서는 윈드실드 하단 전체를 가로지르는 ‘BMW 파노라믹 iDrive’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앞 유리를 하나의 거대한 정보 캔버스로 치환한 이 공간은 주행의 즐거움을 넘어선 디지털 라운지의 정수를 구현한다. 실제로 마주하면 마치 3D 그래픽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한 입체감이 느껴진다. 모든 정보는 운전자의 시선 이동을 최소화하도록 정교하게 배치되어, 가독성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

더 뉴 BMW i3의 실내. 윈드실드 하단을 가로지르는 파노라믹 iDrive와 대형 중앙 디스플레이가 어우러져 미래지향적인 디지털 라운지를 완성한다. 사진제공|BMW 그룹 코리아
i3의 기술적 심장은 ‘하트 오브 조이(Heart of Joy)’다. 노이어 클라쎄는 주행·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편의 기능을 각각 전담하는 4개의 슈퍼브레인으로 구성되며, 그 중심에 하트 오브 조이가 자리한다. 기존 시스템보다 10배 빠른 처리 속도로 구동·제동·조향을 단 하나의 호흡으로 통제하며, 기술이 운전자의 의지를 앞서거나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연 없이 노면에 그대로 투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6세대 BMW eDrive 기술이 빚어낸 수치들도 압도적이다. i3 50 xDrive는 시스템 합산 출력 469마력(345 kW), 최대 토크 645 Nm를 발휘하며, WLTP 기준 최대 900 km에 달하는 주행 거리로 전기차의 태생적 불안인 ‘항속 거리에 대한 공포’를 정면으로 무너뜨린다. 800볼트 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최대 400 kW의 DC 충전 성능을 갖춰, 단 10분의 충전으로 최대 400 km를 달릴 수 있다. 충전은 더 이상 여정의 걸림돌이 아닌 잠깐의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
BMW 심바이오틱 드라이브(Symbiotic Drive)는 자율주행 기술과 운전자의 직관 사이에 존재하던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문다. 시선 처리만으로 차선 변경이 가능하고, 시스템이 개입하는 중에도 운전자가 조향에 나서면 숙련된 파트너에게 배턴을 넘기듯 주도권이 매끄럽게 전환된다. 최대 130 km/h까지 지원하는 고속도로 어시스턴트는 피로를 덜어내면서도 주행의 몰입감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조용히, 그러나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올리버 집세 BMW 그룹 회장은 “i3는 노이어 클라쎄의 모든 기술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Sheer Driving Pleasure(운전의 즐거움)’를 만들어낸다”며 “마치 한 세대를 건너뛴 차에 올라탄 듯한 느낌이자, 운전하는 순간부터 미래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i3는 2026년 8월부터 BMW 그룹의 본거지인 뮌헨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한다. 100년의 역사를 품은 이 공장은 1년 뒤 노이어 클라쎄 전용 생산 기지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60년 전 재정 위기의 BMW를 구한 노이어 클라쎄가, 전동화라는 또 다른 시대적 위기 앞에 다시 한번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셈이다. 역사는 이상하리만치 자주, 같은 이름으로 반복된다.
뮌헨(독일)|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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