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도전한 오리온…‘제2의 신화’ 쓰나

입력 2021-05-27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울 용산의 오리온 본사 건물 전경. 사진제공|오리온

오리온, 中 바이오 유통 플랫폼 공략

부진 사업 정리 후 신사업 적극 육성
中제약기업과 바이오 합자법인 체결
결핵백신·대장암 진단키트 기술 협약
중국 유통 인프라·높은 인지도 강점
바이오에서 제2의 초코파이 신화를 세울 수 있을까. 오리온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초코파이라는 든든한 글로벌 스테디셀러가 있고, 브레이브걸스가 모델로 나선 꼬북칩도 효자상품 대열에 오르는 등 주력인 제과가 호조인 상황에서 신사업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바이오 사업에 기업 역량을 집중해 주목 받고 있다.

‘잘 나갈 때 미래 위기를 대비’

실적만 보면 요즘 오리온은 잘 나간다. 2월 공시자료에 따르면 오리온은 2020년 총 영업이익이 375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상승했다. 올해도 6일 발표한 1분기 영업이익이 1019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4분기의 850억7100만원보다 168억여 원이나 늘었다. 매출 역시 6020억2100만원으로 11.5%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법인이 고르게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잘 나갈 때 미래 어려움을 대비한다’는 말처럼 제과와 같은 특정 사업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경영 리스크가 높아지고, 기업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바이오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 사진제공|오리온



바이오는 현재 신사업을 담당하는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부회장이 꼽은 3개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다. 2014년 오리온에 부임한 허인철 회장은 건설 등 부진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대신 간편대용식, 음료, 바이오를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리온홀딩스는 2019년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제약·바이오 사업을 추가했고, 이어 2020년 10월 중국 국영 제약기업인 산둥루캉의약과 산둥루캉하오리요우 생물기술개발유한공사(이하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공동설립하면서 본격적인 바이오 사업에 나섰다. 허인철 부회장은 당시 합자법인 계약 체결식에서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서 바이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식품·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들어서도 4월 국내 백신기업 큐라티스와 청소년·성인용 결핵백신 기술도입을 위한 MOU를 맺었고, 5월에는 암 조기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진단키트 기술도입 본계약을 체결했다.

오리온 홀딩스가 지난해 10월 진행한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의 바이오 합자법인 계약체결식.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펑신 산동루캉의약 동사장(왼쪽부터). 사진제공|오리


막강 中 유통 인프라…실속있는 초반 전략
오리온의 바이오 전략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보다 중국시장을 겨냥했고, 신약 개발보다 ‘바이오 유통 플랫폼’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바이오 시장은 무려 160조 원으로 추정되지만, 진입장벽이 높기로 악명이 높다. 이미 한화, 롯데, CJ, 아모레퍼시픽 등이 도전했다가 쓴맛을 보았다.

하지만 오리온은 이들 기업에 비해 나름 자신하는 차별화되는 강점이 있다. 바로 막강한 중국 유통 인프라와 높은 브랜드 인지도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동양제과 사장 시절부터 중국시장에 주목했고, 1992년 한중수교가 이루어지자 바로 베이징에 사무소를 냈다.

그로부터 30년에 걸쳐 중국시장을 개척하고 관리해 지금은 중국법인 매출이 국내법인보다 더 높을 정도다(2020년 중국 매출 1조976억원, 국내 매출 7524억 원). 초코파이 등 히트상품을 통해 구축한 브랜드 파워도 상당하다.

사업 초기에는 성급한 신약개발보다 국내외 기업과 협업해 이들 제품을 중국 시장에 유통하는 바이오 플랫폼에 집중하는 것도 업계에선 기업의 현실적인 역량을 감안해 세운 실속있는 전략으로 평가한다. 또한 사업 첫 분야로 대장암과 결핵을 고른 것도 중국 시장 특성에 맞춰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중국의 대장암 환자는 미국의 4∼5배에 달할 정도로 많고, 매년 28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핵도 잠재보균자가 3억5000만 명에 달해 중국 정부가 주요 전염성 질병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오리온홀딩스는 앞으로 중국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통해 국내서 제휴한 큐라티스의 결핵백신 기술에 대한 현지 임상 및 인허가를 추진하는 등 상용화에 나선다.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진단키트도 중국 임상시험 및 인허가를 위한 기술 지원을 맡는 등 상용화까지 협력할 계획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