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논란’ 남양유업, 한앤컴퍼니에 팔렸다

입력 2021-05-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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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 공동취재사진

홍원식 전 회장 일가 보유주식 전부 매각

주식 53.08%·3107억원에 양도
국내 매물만 투자하는 사모펀드
작년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 인수
“지배구조 개선하고 경영 효율화”
‘불가리스 논란’으로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불러 일으켜 홍원식 당시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던 남양유업이 국내 사모펀드(PEF)에 팔렸다.

남양유업은 27일 최대주주인 홍원식 전 회장을 비롯한 2명이 남양유업 보유주식 전부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대표 한상원·이하 한앤코) 유한회사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지분은 홍 전 회장의 지분 51.68%을 포함해 부인과 동생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53.08%로 37만8938주다. 매각가격은 3107억2916만원이다.

주당 매각단가는 82만원으로 27일 종가 기준의 남양유업 주가 43만9000원 보다 두 배 가량 높다. 하지만 현 남양유업의 주가가 기업 원래 자산가치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음을 감안하면 저렴하게 매입했다는 것이 시장 평가다.

한앤코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홍원식 전 회장의 보유 지분 전량을 포함한 경영권 일체를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금 지급 시기는 양측이 합의할 수 있지만, 8월 31일을 넘기지 못하도록 했다. 대금 지급이 이뤄지고 주식이 양도되면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는 한앤코 19호 유한회사로 변경된다.

한앤코 19호 유한회사를 운용하는 한앤코는 국내 기반 매물에만 투자하는 사모펀드다. 그동안 웅진식품, SK해운 등 제조·해운·유통·호텔 분야에서 25건의 기업 경영권을 인수했다. 2013년 웅진식품을 약 950억 원에 인수해 5년 만인 2018년 지분 74%가량을 대만 식품회사 퉁이그룹에 2600억 원에 매각했다.

지난해에는 대한항공 기내식 및 기내 면세품 판매 사업을 약 9900억 원에 인수했다. 현재 총자산 규모는 24조2000억 원이다. 계열사 매출은 13조3000억 원, 고용인력은 약 3만 명이다.

한앤코는 보도자료를 통해 “남양유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을 효율화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사 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둬서 이사회를 감독하고 집행부 책임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파문부터 위기 촉발
이로써 홍두영 창업주가 1964년에 설립한 남양유업은 창업 58년 만에 최대주주가 바뀌는 변화를 맞게 됐다. 잘 나가던 남양유업의 위기는 2013년 대리점에 대한 ‘밀어내기 영업’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시작했다. 영업사원이 대리점에 물량을 강매한 사실이 알려졌는데, 회사는 가맹점주를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해 불매 운동이 일었다. 결국 김웅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사과했다.

홍두영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마약사건 연루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리면서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회사 이름이 거론된 것도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에는 경쟁사인 매일유업을 비방해온 사실로 또 한번 지탄을 받았다.

결정적으로 4월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진행한 심포지엄에서 남양유업의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를 77.8%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직격탄을 맞았다. 질병관리청이 인체 대상의 연구가 아니어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고, 또다시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남양유업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고,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의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사전통보했다. 결국 홍원식 전 회장은 5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직 사퇴와 함께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각종 파문과 구설에 시달리면서 실적 역시 계속 악화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매출이 10 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 아래(9536억 원)로 떨어졌다. 영업손실은 764억원을 기록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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