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네켄 브랜드 마케팅팀. 여희원 사원, 김현지 부장, 최클로이 대리, 김가진 차장(왼쪽부터). 사진제공|하이네켄

하이네켄 브랜드 마케팅팀. 여희원 사원, 김현지 부장, 최클로이 대리, 김가진 차장(왼쪽부터). 사진제공|하이네켄



축구하면 떠오르는 맥주 브랜드로 하이네켄이 꼽힌다. 1994년부터 UEFA 챔피언스리그 공식 스폰서로 활약하며,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축구 팬과 탄탄한 유대감을 쌓아왔다. 국내에서도 하이네켄의 ‘풋볼 캠페인’은 늘 화제를 모은다. 빨래방을 축구장으로 바꾼 ‘런드로매치(Laundromatch)’부터 무인 응원 공간으로 재해석한 ‘트러스트 바(Trust Bar)’까지. 일상적인 공간을 색다른 응원 무대로 전환시킨 주인공은 바로 하이네켄 브랜드 마케팅팀이다. 특히 이 팀은 김현지 부장, 김가진 차장, 최클로이 대리, 여희원 사원 등 전원 여성 마케터로 구성돼 더욱 이목을 끈다. 

-먼저 팀 소개를 부탁한다.
김현지 부장(이하 김 부장)=“하이네켄 브랜드 마케팅팀은 서로 다른 개성과 에너지를 가진 4명의 여성 마케터로 이뤄져 있다. 나이도, 성격도, 축구를 좋아하는 방식도 각자 다르지만 모두가 하이네켄이 추구하는 ‘맥주가 아닌, 즐거운 시간을 판다’는 브랜드 철학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공감한다. 소비자들의 일상 속에 하이네켄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기 위해 함께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 나가고 있다.”

-최근 2025 풋볼 캠페인이 큰 화제가 됐는데.
김가진 차장(이하 김 차장)=“하이네켄은 UEFA 챔피언스리그(UCL)의 공식 파트너로서 매년 축구 팬을 위한 ‘풋볼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트러스트 바(Trust Bar)’였다. 영업이 끝난 새벽 시간, 바 공간을 팬들을 위한 축구 응원 공간으로 완전히 재구성했다. 바텐더나 직원 없이 팬들이 직접 하이네켄 생맥주를 따라 마시며, 자유롭게 응원하고 챔피언스리그 8강 경기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익숙한 공간에서 전에 없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참가자의 반응도 대단했다고.
여희원 사원(이하 여 사원)=“정말 엄청났다. 무려 3만여 명이 이벤트에 응모했고, 600: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최종 참여자가 선정됐다. 단일 캠페인 기준으로도 기록적인 숫자였다. 특히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독일 뮌헨에서 직관할 수 있는 VIP 패키지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는데, 그 순간의 현장 분위기는 말 그대로 열광적이었다.”

-지난해 빨래방, 올해는 무인 바. 공간 선택이 굉장히 독특하다.
최클로이 대리(이하 최 대리)=“하이네켄은 ‘경기장 밖’ 팬들을 위한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 혼자 새벽 경기를 보며 아쉬움을 느꼈을 팬을 위해, 지난해에는 24시간 빨래방을 ‘도심 속 축구장’으로 바꾼 ‘런드로매치’를 선보였다. 참여자의 반응은 정말 뜨거웠고, 이 캠페인으로 하이네켄코리아 최초로 3대 국제광고제인 칸 라이언즈(Cannes Lions)와 클리오 어워즈(Clio Awards)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는 언제나 예상 밖에서 오는 신선함을 추구한다. 뻔한 공간보다는 위트 있고 즐거운 방식으로 팬과 연결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올해는 ‘양심과 배려’를 키워드로 ‘트러스트 바(Trust Bar)’를 실현했다. 기획 당시 머릿속으로 그려봤던 것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팬들이 스스로 질서를 지키며 응원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캠페인의 메시지, ‘모든 찐팬들을 위하여 Cheers!’도 인상적이다.
김 차장=“하이네켄은 언제나 포용적인 시선으로 축구 팬들과 소통해 오고 있다. 슬로건은 축구 지식이나 응원 방식에 상관없이, 진심으로 축구를 사랑하고 즐길 준비가 돼 있다면 누구나 ‘찐팬’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이네켄은 글로벌 축구 캠페인도 늘 화제다. 브랜드 마케터로서 인상 깊게 본 사례가 있다면.
김 차장=“정말 많다. 개인적으로는 요즘도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자주 등장하는 ‘Fake Concert 캠페인’을 소개하고 싶다. 클래식 콘서트인 줄 알고 억지로 끌려온 팬들 앞에서 챔피언스리그 주제가가 울려 퍼지고, 갑자기 대형 화면에 경기 생중계가 펼쳐지는 대형 반전 이벤트였다. 축구 팬은 물론, 마케터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인턴십 면접장을 실제 경기 상황처럼 연출해 지원자들의 센스와 순발력을 테스트한 이색 이벤트, VIP 티켓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팬의 이야기를 담은 캠페인 등도 하이네켄만의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접근으로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하이네켄은 왜 축구 마케팅에 이렇게 집중하나.
최 대리=“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전 세계 팬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문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하이네켄은 UEFA 챔피언스리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연결’, ‘열정’,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는 새벽에도 경기를 지켜보는 진정성 있는 팬덤이 존재한다. 그런 팬들의 응원 방식에 깊이 공감하며, 그들과 같은 시선으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고 있다. 결국 하이네켄이 축구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 플랫폼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메시지와 로컬 팬들의 열정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최적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된 팀이 축구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꽤나 흥미롭다. 팀의 강점이 있다면.
김 부장=“우리 팀은 축구에 대한 관심과 경험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예를 들어, 최클로이 대리는 어릴 적부터 FC서울의 서포터즈로 K리그 직관을 즐겨온 축구 찐팬이고, 다른 팀원들은 축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팬덤 문화 속에서 트렌드를 읽어온 경험이 있다. 우리는 ‘축구를 얼마나 잘 아느냐’보다 ‘팬들의 감정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감정을 브랜드 경험으로 전환하는 감각이 바로 우리 팀의 강점이라고 본다.”

-이번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팀원들 간의 역할 분담이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여 사원=“이번 캠페인은 기획, 콘텐츠 제작, 운영, PR, 커뮤니케이션 등 분야 별로 역할을 세분화해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하는 과정에서도 이슈를 빠르게 공유하고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전체적인 진행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첫 현장 캠페인이었는데,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팀워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서로 빈틈을 자연스럽게 채워가며 유기적으로 움직였던 덕분에 현장 운영도 훨씬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

-찐 축구 팬으로서 최클로이 대리만의 몰입 포인트가 있었을 것 같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팬의 입장에서 도움이 됐던 부분이 있나.
최 대리=“전체 운영을 설계하는 내내 ‘내가 이 자리에 초대된 팬이라면 어땠을까’를 끊임없이 상상했다. 응모 방식부터 공간 동선, 관람 흐름까지 모든 과정을 팬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판단했다.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처음엔 조금 어색해하던 참가자들이 하이네켄과 축구를 매개로 점점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던 분위기였다. 어느새 함께 웃고, 탄식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특히 한 레알 마드리드 팬의 당첨 소감이 기억에 남는다. 0:3으로 패배한 직후였지만, 그는 광주 FC 팬으로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8강에 진출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레알도 반드시 결승에 갈 수 있을 거라 울먹이며 이야기했다. 그 순간 현장에 있던 모두가 자기 일처럼 환호했고, 그 장면에서 브랜드가 아니라 ‘팬’이 진짜 중심에 있다는 걸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남성 팬이 많은 스포츠 마케팅에서 여성의 감성이나 시각이 특히 도움이 된 적이 있나.
김 차장=“‘남성 팬이 많은 스포츠 마케팅’은 이제 옛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국가대표 경기만 봐도 여성 팬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났고, 실제로 우리 이벤트에서도 약 40%가 여성 팬이었다. 이제는 특정 성별이나 연령층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더 포용적인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팀 역시 여성의 감성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이 경험이 누구에게나 설렘을 줄 수 있을까’, ‘축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이 캠페인에 공감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시야를 넓히려고 했다. 하이네켄이 정의하는 ‘찐팬’처럼, 우리는 누군가를 성별이나 인종, 배경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들의 행동과 열정, 그리고 즐거운 순간에 대한 태도로 접근한다. 그런 방향이야말로 앞으로의 스포츠 마케팅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의 찐팬과 어떻게 더 가까워질 계획인가. 
김 부장=“한국은 하이네켄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특히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코리안 리거들의 영향으로, 국내 팬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유럽 클럽 축구로 확장되고 있다. MZ세대는 축구를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이네켄은 이런 팬들과 더 자주, 더 깊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 움직이고 있다. 참고로, 이번 캠페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국 편의점, 대형마트, 펍에서 하이네켄 제품을 구매하고 이벤트에 응모하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또는 준결승 직관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축구 찐팬이라면 절대 놓치지 마시길!(웃음)”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