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인도 ‘기회의 땅’ 타밀나두에 신규 조선소 짓는다

HD현대가 인도 타밀나두 주(州) 정부 투자청과 ‘신규 조선소 건설에 관한 배타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다레즈 아하메드 주 투자청장, 라자 주 산업부 장관, 스탈린 주 총리, 최한내 HD한국조선해양 기획부문장(앞줄 왼쪽부터). 사진제공 ｜HD현대

HD현대가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인도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현지 조선소 설립이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해양 산업 육성 정책에 발맞춰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서남아시아 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는 8일 인도 타밀나두 주 마두라이에서 타밀나두 주 정부와 ‘신규 조선소 건설에 관한 배타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인도 정부가 2047년까지 세계 5위 해양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로 추진 중인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Maritime Amrit Kaal Vision 2047)’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인도는 현재 기존 조선소 증설과 더불어 신규 조선소 건립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HD현대는 이 과정에서 핵심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 이번 협약식에는 최한내 HD한국조선해양 기획부문장을 비롯해 스탈린 타밀나두 주 총리, 라자 주 산업부 장관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해 상호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울산과 닮은 기후, 최적지 평가
인도 정부는 현재 타밀나두를 포함해 구자라트, 안드라프라데시 등 5개 주를 신규 조선소 건설 후보지로 선정하고 최적의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타밀나두 주 정부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HD현대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주 정부는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보조금 지원을 약속했으며, 인프라 확충과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타밀나두 주의 투투쿠디(Thoothukudi) 지역은 HD현대중공업이 위치한 대한민국 울산과 기온 및 강수량 패턴이 매우 유사하다. 선박 건조는 대부분 옥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후 조건은 생산 효율성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투투쿠디 지역은 이러한 기후적 이점뿐만 아니라 산업 인프라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미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한국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정서와 산업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아울러 인근 항만 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어, 향후 조선소 건립 시 물류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 증대 효과도 기대된다. HD현대는 타밀나두 주가 가진 지리적, 환경적 이점을 면밀히 분석해 최종 부지 선정 및 건립 계획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크레인 사업 등 협력 다각화
HD현대는 조선소 설립 검토와 병행하여 조선 기자재 및 항만 인프라 분야로도 협력 전선을 넓히고 있다. HD현대는 이달 초 인도 남부 벵갈루루에서 인도 국방부 산하 국영기업인 BEML과 ‘크레인 사업 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BEML은 국방, 항공우주, 철도 차량 등을 생산하는 인도 유수의 공기업으로, 인도 남부 전역에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설계부터 생산, 품질 검증에 이르는 크레인 제조 전 과정에서 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인도 내 항만 크레인 제조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보하고, 현지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향후 HD현대는 인도 현지 조선소에 골리앗 크레인과 집 크레인을 공급하며 기자재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삼호는 올해 2월 인도 최대 국영 조선사인 코친조선소에 600톤급 골리앗 크레인을 성공적으로 납품하며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또한 8월에는 HD한국조선해양이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HD현대에코비나를 인수하며 크레인 사업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인도는 정부 차원에서 조선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어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시장”이라며, “인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조선·해양 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