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뉴시스

서울 소재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뉴시스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가 결국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채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핵심은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과 점포 정리를 통한 체질 축소다. 여기에 근속 기간이 긴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방안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며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12월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구조 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2025년 3월 선제적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 약 10개월 만이다. 회생계획안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통해 회생금융 약 3000억원을 조달하고, 향후 6년간 최대 41개 부실 점포를 폐점해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 본체의 새 주인을 다시 찾겠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실제 점포 정리는 이미 시작됐다. 홈플러스는 2025년 말 가양점과 장림점 등 5개 지점의 영업을 중단했으며, 1월 31일 계산점, 시흥점, 안산고잔점 등 5개 지점의 영업 종료 계획도 밝힌 상태다.

MBK는 그동안 인수합병(M&A)을 추진했지만 뚜렷한 후보자를 찾지 못했다. 이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검토한 뒤 관계인집회와 채권단 협의를 거쳐 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최종 결론까지는 한 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생계획안이 인가될지는 불투명하다. 홈플러스는 2025년 6월에도 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익스프레스를 떼어내는 방식이 홈플러스 전체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후 대형마트 인수자를 제때 찾지 못할 경우 자금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구조조정 가능성도 변수다. 회생계획안에는 근속 기간이 긴 일부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 실시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조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마트노조는 12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생계획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은 “알짜는 팔고 부담은 버리는 구조조정이자 먹튀 시나리오”라고 지적하며 범정부 차원의 TF 구성을 촉구했다. 안도걸 의원은 “제대로 된 자구 노력이 없는 MBK의 경영은 무책임을 넘어 직무유기”라고 했고, 정진욱 의원은 “홈플러스를 회생이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은 근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도 “소위 ‘구조 혁신형 회생계획안’은 기업을 살리는 방안이 아니라 알짜 자산을 모두 처분하고 껍데기만 남기는 기업 해체 선언”이라며 “MBK는 단 10원도 투입하지 않으면서 책임을 현장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홈플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정 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3부는 12월 10일 김병주 MBK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2월 2일에는 홈플러스 대표이자 회생절차 관리인을 맡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도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역시 2025년 8월 말부터 MBK파트너스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착수해 새로운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조사를 마무리하고 금융위원회를 통해 검찰 이첩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MBK가 고려아연을 둘러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업계의 시선을 끈다. MBK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12월 15일 열린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장형진 영풍 고문, 권광석 사외이사 등 영풍·MBK 측 추천 이사들이 관련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영풍과 MBK는 12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모든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MBK와 영풍은 “법원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한다”며 “고려아연 최대주주로서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고려아연과 한국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윈윈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청산 위기에 몰리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다른 한편에서는 또 다른 기업을 상대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런 모습이 반복되면서 투기적 사모펀드에 대한 비판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