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뉴시스

영풍 석포제련소. 뉴시스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영풍이 회계 장부에 환경오염 정화 비용을 고의로 축소해 기재했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전직 대표이사 해임 수준의 중징계를 받았다. 금융감독당국의 조사 결과 기업의 이익을 실제보다 부풀리기 위해 법적 의무인 충당부채를 고의로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 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증권선물위원회는 10일 회의를 열고 영풍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각 회계연도마다 토양 및 지하수 정화 충당부채를 과소계상한 것에 대한 제재 조치를 의결했다. 영풍이 장부에 적게 반영한 환경개선충당부채 규모는 2021년 1427억원, 2022년 1427억원이며 2023년에는 2332억원, 2024년에는 2331억원에 달한다.

충당부채는 향후 지출 가능성이 확실한 비용을 사전에 부채로 잡아두는 회계 항목이다. 영풍은 과거 카드뮴 불법배출을 비롯한 여러 환경 법령 위반으로 환경 당국과 봉화군청 등으로부터 환경개선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 명령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수천억원의 정화 비용을 매년 장부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취했다.

회계업계는 영풍이 환경개선비용을 매년 수천억원씩 적게 처리해 당기순이익이 과대평가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대로 부채를 정상 기입했다면 4년간 영풍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더욱 악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선위는 이에 따라 과징금 부과와 함께 감사인지정 3년, 당시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시정요구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번 적발로 영풍이 대외적으로 공언해 온 환경투자 금액의 신뢰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영풍은 환경오염 지적이 나올 때마다 2019년 환경개선 혁신계획에 따라 5400억원을 투자했다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회계 부정이 공식 확인되면서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투자 내역을 공개하라는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로 영풍은 5400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는 기간에도 상습적으로 환경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풍의 사업보고서 내 환경 관련 제재 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총 41회의 제재를 받았다. 이는 연평균 7회꼴로 대략 1달에서 2달에 한 번씩 당국의 행정처분을 받은 격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