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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홈플러스의 긴급운영자금 지원 조건을 둘러싸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다시 제기됐다.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의결하면서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대주주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는 이미 홈플러스에 상당한 자금을 지원했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담보가 아닌 수많은 임직원과 협력업체의 생계가 걸린 계속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조건 없는 지원을 촉구했다.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홈플러스 회생 과정에서 4000억원 규모의 자금과 신용을 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김병주 회장의 개인 증여 400억원과 대출 보증, 자체 자금 지원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주장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원액의 상당 부분이 실제 현금 투입이 아닌 대출이나 연대보증 형태라는 이유에서다.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는 MBK파트너스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도 제시됐다. MBK파트너스는 330억달러(약 50조원)에 이르는 운용자산을 바탕으로 연간 수천억원의 운용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연례서한에서는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17억달러(약 2조6140억원) 규모의 분배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에 투자한 바이아웃펀드 3호도 지난해 15.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병주 회장 개인의 막대한 자산 규모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회장의 추정 자산은 약 99억달러(약 15조2300억원)로 2026년 포브스 한국 부자 순위 2위에 해당한다. 대주주와 총수의 재력에 비해 홈플러스 지원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 자금 지원 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서 1000억원, 메리츠금융그룹과 산업은행에서 1000억원 등 총 3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요청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자 메리츠금융그룹에 지원 요청을 집중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회도 중재를 시도했다.

이후 13일 언론을 통해 메리츠금융그룹이 보증을 전제로 1000억원 지원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홈플러스는 즉각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 MBK파트너스가 연대보증을 서는 1000억원에 더해 1000억원을 추가한 총 2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투자자금 운용사라는 이유로 대주주 책임을 최소화하면서 채권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가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 점포를 담보로 약 1조3000억원을 빌려준 핵심 채권자다. 이 가운데 회수된 금액은 약 2600억원에 그친다.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에 추가 자금을 대여하는 일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일부 주주들은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보이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메리츠금융그룹이 1조5600억원 규모의 담보가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2000억원을 추가 지원해도 총 1조8000억원을 회수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자체 계산에 따른 추정치일 뿐이며 기업이 청산되더라도 그 책임은 대주주에게 있다는 반론이 거세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이 크다면 그 회사를 인수하고 경영에 관여해 온 최대주주가 가장 먼저 책임을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익은 투자자와 자본이 누리고 실패의 비용은 채권자와 사회가 떠안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아 보인다”며 “홈플러스 회생의 출발점은 메리츠 등 채권자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MBK의 책임 있는 자세로부터 시작돼야 하며,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를 믿는다면 MBK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