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돌싱출연한‘돌싱클럽’,진짜같아고민?

입력 2008-01-16 16: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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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진짜 같아서 고민이네.”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애쓴 한 케이블 채널이 스스로 급제동을 걸었다. 스토리온은 16일 서울 명동 한 극장에서 이혼녀를 내세운 드라마 ‘돌싱 클럽’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기자가 일반인이고 1화의 경우 본명과 직업이 동일해 진짜라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면서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허구이고 픽션이라고 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사회에는 실제 패션 디자이너인 돌싱(이혼한 사람을 뜻하는 ‘돌아온 싱글’의 줄임말) 안윤아(36) 씨가 실명을 쓰고 직접 다른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춰 기자들 사이에서도 “진짜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혼 후 연하남 애인을 사귀다가 애인의 스토커에게 치이고 전 남편의 친구가 사랑고백을 하는 등 내용상으로는 엽기적이지만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누가 봐도 진짜처럼 보일 수 있어서 제작진이 나서서 ‘가짜’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무엇이 진짜 같길래 장르부터 독특하다. 진짜 같은 드라마라는 의미인 ‘리얼라이크(real-like) 드라마’로 온미디어가 만든 장르라고 한다. 제작진은 “주어진 상황에 꼭 맞는 실제 일반인이 출연해 그 상황에 있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드라마로 구성, 마치 실제 상황처럼 보이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돌싱 클럽’에서는 주인공이 ‘돌싱’일 뿐 나머지는 ‘진짜 같은(리얼라이크) 가짜’이니 속지 말라는 뜻이다. 이런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6미리 카메라로 근접 촬영하고 다큐멘터리 형식이 몰입도를 증폭시켰다. ‘그것이 알고 싶다’, ‘병원24’ 등 시사다큐 전문 연출가인 김완진 PD가 100명이 넘는 돌싱남녀를 취재한 내용이 4부작으로 압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실제 이혼녀인 안 씨의 애드리브와 사투리가 연기자 못지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사의 80% 정도를 안 씨가 애드리브로 처리하고 오히려 연기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연기를 지도했을 정도다. ●왜 ‘진짜’와 거리를 두나 지난해 1월 CJ미디어 계열인 tvN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이 재연기법을 쓰고도 재연을 고지하지 않아 방송위원회에 징계를 받았다. 역시 tvN 측은 ‘페이크(가짜) 다큐’임을 알렸지만 많은 시청자가 실제 상황으로 인식해 물의를 빚었다. 같은 방송국의 ‘리얼스토리 묘’는 지하철 성추행을 보도하면서 조작된 화면을 내보내 제작진이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들의 ‘진짜 논란’과는 반대로 제작진으로서는 “기자까지 속여 성공했다”는 반응이 나올 법도 하다. 바로 여기에서 가짜임을 분명히 알려야 하면서 시청률도 잡아야 한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징계를 피하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과제인 셈이다. ‘면피용’으로 사전 고지를 택했지만 한 제작진은 “드라마임을 재차 강조하겠다”고 추가 대책을 밝혔다. 한편 4명의 돌싱 출연자들이 작품을 통해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완진 PD는 “일반인 중에 의외로 끼 있는 분이 많았다. (촬영을 마치고) 여전히 고민스러운 점은 출연자들이 (작품처럼) 그렇게 살아왔다고 보이는 것”이라며 “출연자들이 찍고 나니 오히려 당당해졌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돌싱들이 봐서 화내지 않고 ‘진작 나왔으면...’이란 소리를 들었으면 합니다.” 22일 밤 11시 첫방송. 스포츠동아 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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