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계,여자선수‘성폭력충격’

입력 2008-02-12 09:30:13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소문으로만 떠돌던 한국 스포츠계의 성폭력이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KBS 1TV 시사기획 ‘쌈’은 11일 오후 방송된 ‘스포츠 성폭력에 관한 인권 보고서′ 편에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스포츠 성폭력의 실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 제작진은 묵인되고 있는 ‘성폭력의 심각성’과 ‘지도자들의 도덕불감증’을 일부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고백을 통해 밝혀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선수는 자기가 부리는 종이다. 선수를 다루는 주방법은 성관계, 두번째는 폭력이다”는 한 지도자의 증언. 이 지도자는 “여자 선수단을 장악하고 자기를 따르게 하기 위해 이 방법이 지도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방송에서 성폭력과 구타가 쉽게 행해지고 있는 이유를 지도자들이 갖고 있는 ‘절대권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스포츠시스템에서는 출전시간, 대학진학, 취업, 연봉 등 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어 선수들은 지도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 때문에 “지도자들의 성폭력은 초등학교부터 성인선수들에게까지 행해지고 있으며 배구, 농구, 수영, 축구 등 대부분의 종목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점은 성폭력이 철저하게 은폐되고 있다는 것. 피해자들은 성폭력 사실을 고발할 경우 선수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폭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피해 사실을 감추고 있다. 성폭력 사실을 알고 있는 학교에서도 명예 실추와 책임교사들의 해임 등을 막기 위해 입단속을 해왔음이 방송을 통해 드러났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지도자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배구국가대표출신 선수가 출연해 스포츠 성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생생하게 털어 놨다. “선수 시절 감독과 뒤를 이어 팀을 지도한 차기 감독에게까지 성폭행을 당했다. 다른 선수들도 나와 같은 일을 겪었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하더라”는 것이 그녀의 고백. 성폭력 충격으로 선수생활을 그만 둔 그녀는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정신적인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오랜 제작 기간 끝에 스포츠 성폭력의 심각성을 고발한 제작진은 ′밀폐된 공간에서 남자 지도자와 여자 선수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 ′성폭력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경우 더 큰 처벌을 받게 된다′ 등 성폭력 방지 10계명으로 사전에 문제를 차단하고 있는 외국에 성공사례를 예로 든 뒤, "당장 외국의 제도를 도입할 수 없더라도 성폭력과 구타를 근절시킬 수 있는 대안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방송을 마무리했다.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