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똑같이망가져도웃을수있어좋아요”

입력 2008-03-18 08: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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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생계형 알바 나선 아줌마의 로맨스 최·진·실 3년 전 ‘맹순이’와는 또 다른 차원의 망가짐이다. KBS2 TV ‘장밋빛 인생’에서 남편 러닝과 팬티를 입고 억척주부 ‘맹순’ 역을 연기했던 최진실(40). 이번엔 빚만 떠넘기고 실종된 남편을 위해 생계형 알바 전선에 뛰어든 아줌마 홍선희로 분했다. 8일 첫 방영한 MBC 주말극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토 일요일 오후 9시 40분)에서다. 폭탄 맞은 듯한 ‘사자 머리’에 검은 복고형 뿔테 안경을 쓴 선희는 서른아홉 살에 조기 폐경을 선고받고 요실금 보험금을 타기 위해 속칭 ‘예쁜이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억척에 엽기를 더하며 진화한 그의 수난에 시청자들도 “최진실 이상의 캐스팅은 없다”는 반응. 밤샘 촬영에 한창인 그를 15일 새벽 경기 안성시의 촬영장에서 만났다. ―망가져도 너무 망가졌어요. “미용실 보조 언니들이 실습 때 처음 배우는 파마를 해줬어요. 하수구가 막힐 정도로 때가 뚝뚝 떨어지는 장면은 라텍스로 특수 분장했고요. 맹순이가 연상될까 봐 하나 더 가미한 게 안경인데 나중에는 극중 시어머니의 부러진 안경에 테이프 붙이고 나올 거예요.” ―생계형 아줌마 홍선희에겐 주부 최진실의 모습이 얼마나 담겨 있나요. “아무래도 생활이 묻어나오죠. 평소엔 저도 대중목욕탕 가서 사람들에게 등 밀어달라고 해요. 연예인이라고 해서 벽을 두고 생활하지는 못해요. 술 먹어도 포장마차에서 먹고요. ‘예쁜이수술’ 받는 장면요? 출산을 두 번 해봤더니 어기적어기적 걸었던 그때 그 느낌으로 했어요. 감독님은 포경수술 느낌으로 주문했지만….(웃음)” ―망가진 아줌마 연기가 너무 전형적이라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아줌마의 현실을 그렸다기보다 재밌는 순정만화를 떠올려 주세요. 만화 속 표정들은 참 디테일하잖아요. 만화책 보면서 이런 표정 언젠가 한번 써 봐야지 생각해뒀던 것들을 이번엔 다 해봤어요. 그동안 많은 역할과 표정연기를 해봤지만 요즘엔 브라운관의 나를 보면서도 ‘허허, 어떻게 나한테 저런 표정이 나오네’ 하며 신기해해요.” ―오랜만에 로맨스 드라마예요. “최근엔 행복하지 않은 여자 역할을 자주 해서 이젠 사랑받는 역할 해보고 싶었어요. 실제로도 그런 일을 겪어서 불행한 역할을 남들보다 더 현실감 있게 연기한다고 그러대요. 하지만 이젠 그런 연기를 하는 제가 질리고 힘들어요.” ―이제 안 망가진, 예전의 최진실을 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앞으로 점점 예뻐질 거예요. 마지막으로 봐주세요. 비록 외모는 망가져도 밝고 경쾌하고 웃을 수가 있어서 좋아요. 연기하면서 이렇게 마음 놓고 크게 웃어본 적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표현이 딱 제 심정 같아요. 맹순이는 모든 불행을 다 안은 여자였죠. 그에 비하면 홍선희의 불행은 불행 같지도 않아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다니 얼마나 행복해요. 극중 홍선희는 톱스타 송재빈(정준호)과 그의 형인 매니저 장동화(정웅인)와 삼각관계에 빠지게 되죠. 하느님은 복을 주실 땐 벅찰 만큼 주고 불행을 줄 땐 감당 못할 만큼 주시는 거 같아요.” ―톱스타 남자와의 사랑이야기라는 점에서 ‘별은 내 가슴에’(1996년)가 연상돼요. “20대 연이는 고아였지만 다가오는 사랑에 자신을 다 걸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로맨스가 다가와도 아이가 있으니 주저 없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아요.” ―올해 마흔 살, 데뷔 20년을 맞았어요. 배우로서 어떤 길을 가고 싶나요. “계획을 세워놓고 살지 않아요. 다행인 것은 예전 여배우는 마흔이 되면 이모나 엄마로 빠져줘야 했어요. 그런데 아직 극중에서 사랑을 얘기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에요. 김희애, 채시라 등 여러 선배가 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겠죠. 누구는 제 또래 연기자들을 빗대 자생력 강한 품종이래요. 그럼 이제 대중도 이런 우리를 받아줘야 하지 않을까요. ‘나이 먹었는데 아직도 나와’가 아니라 ‘저 사람 농익었구나. 저 배우, 이제 시작이구나’ 이렇게요.” ―토크쇼(OBS의 ‘진실과 구라’) 진행도 맡았어요. 업계 최고 대우이긴 하지만 케이블 채널이고 생애 첫 MC 역할인데요. “저도 깜짝 깜짝 놀라요. 내가 왜 이 자리에서 진행을 하고 있는 거야? 주철환 사장에게 푸념도 해봤어요. 모든 게 주 사장과의 인연 때문이죠. ‘퀴즈 아카데미’에도 출연시켜 주고 ‘우정의 무대’에 5번이나 나온 게 계기가 됐죠. 모자란 저를 잘 포장해 주시는 분이에요.” ―첫 녹화는 어떠셨나요. 연예인의 루머도 과감히 들춘다고 들었는데요. “제목 갖고 거창하게 해석하지 말아주세요. 최진실이고 김구라 씨가 나오니까 ‘진실과 구라’지 다루는 내용이 대단한 건 아니에요.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법한 질문들, 삼천궁녀는 정말 3000명이었을까, 한석봉의 어머니는 떡을 썰었느냐, 사주팔자는 맞을까, 정치인은 오래 살까 등등에 대해 토론하는 프로그램이에요. 하다 보면 재밌어요. 그만두고 싶어도 또 다른 진실이가 안 들어오면 못 나가니 끝까지 해야죠.” 글·사진=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영상취재: 동아일보 문화부 염희진 기자 [관련기사]배종옥 vs 최진실 ‘열혈 아줌마’ 뜬다 [화보]최진실 ‘추억의 앨범’ …풋풋 데뷔부터 오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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