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패배라는이름의쓴약

입력 2008-06-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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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기한국물가정보배프로기전B조본선리그
그토록 흑이 좋던 바둑이 헛발질 두어 번에 어지러운 바둑이 되어버렸다. 백홍석이 낙관파에 속하는지 비관파에 속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입가에 미소를 걸 배짱 좋은 사람은 없다. <실전> 백7로 젖혔을 때 딱 끊은 흑2가 이 바둑 최후의 패착이 되었다. 열이 받으면 이렇게 끊고 싶어진다. 하지만 승부는 냉정해야 하는 법. 영하5도의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하면, 승부는 부패하기 시작한다. <해설1> 흑1로 밀었어야 했다. 이것이라면 바둑은 여전히 어렵다. 흑도 백도 승부를 장담하지 못한다. 흑으로선 이렇게 해놓고 후반을 기약해야 했다. <실전>은 백이 3으로 뚫고 나왔다. 안타깝게도 흑은 이 수를 받을 수가 없다. 왜 그럴까? <해설2> 흑1로 받는다면 이번엔 백이 2로 끊는다. 흑이 ‘설마’하고 5·7로 나가본들 백8로 젖히면 사망이다. 이른바 ‘빈축’이다. <실전>백4까지 되어선 바둑은 역전이다. 흑이 졌다. 이런 바둑을 지면 꽤 아프다. 아프기에, 쓰기에 약이 된다. 물론 좋은 약이라 해도 너무 많이 복용하면 독이 된다. 프로기사들 중엔 패배의 약을 지나치게 남용·오용하여 일찌감치 ‘약물중독’으로 하산해 버린 이들도 부지기수이다. 약은 병이 낫자고 먹는 것이다. 리그 첫 판에서 백홍석은 쓰지만 몸에 좋은 약 한 첩을 달여 마셨다. 약발이 얼마나 들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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