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와먹을것에대한욕망
쿵푸와 팬더는 어울리는 조합이다. 애쓰지 않아도 바로 중국의 이미지가 겹쳐 떠오르는 단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그러나 쿵푸하는 팬더, 팬더의 쿵푸는 웃긴다. 평균 수면 시간 22시간, 이동 속도 시속 30cm, 키 120cm에 몸무게 160kg인 팬더가 쿵푸를 하다니. 영화 ‘쿵푸 팬더’는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웃을 준비를 시켰다.
주인공 포는 국수집 아들인 초고도 비만 팬더. 꿈에서는 용맹하나 현실에서는 다락방에서 계단을 제대로 내려오기가 힘든 몸치다. 어쩌다가, 어쩌다가 대사부에게 ‘용의 전사’ 타이틀을 하사받고 세상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악의 무리에 맞서 싸워야 하는 전사가 됐다.
멸시 받은 것에 자극 받아 고단하게 훈련만 하면 누구나 ‘전사’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현실에 뿌리박은 드림웍스의 스토리라인은 팬더를 갑작스런 전사로 변신시키지 않는다.
포는 포답게 먹을 것을 위해 처음 괴력이 생긴다. 배가 고프다는 이유로 3m 높이의 선반에서 그렇게 안 되던 다리 찢기에 성공해 숨겨 둔 음식을 먹은 후, 포는 ‘용의 전사’로서 첫발을 떼게 된다. 주사 맞기 싫다고 발버둥을 치는 아이들에게 막대사탕은 순순히 소매 자락을 어깨 위까지 걷게 만들고, 숙제가 끝나면 피자를 시켜주겠다는 말은 책상 앞에 초등학생이 앉게 만든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회식있는 날 업무 능률이 가장 좋고 가장 빠른 시간에 업무가 완료된다는 것은 발표되지 않은 정론이다. 순수하고 단순한 동시에 강력한 동기인 먹을 것에 대한 욕망은 포에게 진짜 전사가 될 수 있다는 진정성 짙은 희망을 갖게 했다.
이 진리를 아는 포의 사부 시푸는 만두로 민첩성을 높이고, 먹을 것으로 유인해 포의 잠재력을 끌어올렸다. 자신이 특별하다고 만들면 특별한 음식이 될 뿐, 특별한 음식 비법이라는 것은 없다는 포의 아버지 말처럼 그는 스스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고 믿게 되면서 악을 처단하게 된다.
‘쿵푸 팬더’는 애니메이션으로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 전형적인 애니메이션이지만 도처에서 현학적이지 않고 무겁지도 않은 철학적 사유를 꽤 발견하는 어른의 영화이다. 동양적인, 더 구체적으로 한국적 사유가 돋보이는 장면을 우리 관객들은 많이 만난다. 그래서 스토리 감독이 한국인이고 애니메이터, 아티스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 영화가 끝난 뒤 꽤 긴 크레딧을 모두 확인하다 익숙한 성 씨가 나오면 함께 환호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해묵어 보이는 표제가 그럴 듯하게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조 경 아
음식과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 자칭‘호기심 대마왕’.
최근까지 잡지 ‘GQ’ ‘W’의 피처 디렉터로
활약하는 등, 12년째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는
전방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