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우리딸,사고좀그만치렴

입력 2008-10-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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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딸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재미로 삽니다. 더군다나 쉬는 시간에 짬을 내서 빌려본다는 말에 엄마인 저는 너무도 뿌듯하고 어린 딸이 기특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딸아이가 학원에 다녀오더니 너무도 태연하게 “엄마, 나 책 잃어버렸어. 도서관에서 새로 사와야 한데”라고 말하는 겁니다. 저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어쩌다 잃어버렸냐고 물어보니까, “분명 책 빌려서 가방에 넣고, 학원 갔을 때 쉬는 시간에 잠깐 읽었는데 거기 두고 왔나봐. 아무리 찾아도 없어”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학원에 책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이 주변에 책을 둘 만한 곳을 다 찾아봤지만 책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엔 읽지도 못한, 거기다 신간인 책을 새로 사다가 도서관에 물어줬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제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누군가 싶어서 전화를 받았는데, 웬 낯선 남자가 “권미성 어린이 어머니 되십니까?”라며 물었습니다. 저는 순간, 모르는 남자가 제게 전화를 걸어서 대뜸 제 딸의 이름을 말해서 겁이 났습니다. 요즘 세상이 워낙 험악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전 떨리는 가슴으로 “네”하고 대답을 하자 그 남자는 “아이는 괜찮은 것 같은데요”라며 말끝을 흐리는 겁니다. 제가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하니까 “제 차가 좀 긁혔습니다. 와 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이는 괜찮다면서, 차가 긁혔다고 하기에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 남자 분에게 무슨 일이냐고 차근차근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큰 골목에 잠깐 차를 정차하고 있었는데, 저희 애가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갑자기 핸들을 틀더니 자기 차를 박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 걱정에 딸애부터 바꿔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이 녀석은 너무도 씩씩하게 전화를 받아서는 사건 정황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결국 저희 아이가 잘못한 것으로 판명이 됐습니다. 전화 말미에는 “아저씨,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고는 남편에게 연락을 해서 후속조치를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 얘기를 듣고 보니, 저희 딸애가 긁은 차가 고급 세단, 그것도 새 차였던 겁니다. 그래서 분명 육안으로는 많이 긁히지 않았는데, 차 주인은 문짝을 통째로 갈아야 한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나마 그것도 남편이 사정을 해서 겨우 십 만 원에 합의를 해서 마무리를 지었다고 했습니다. 이어달리기도 아니고, 연거푸 작은 사고를 내는 저희 딸. 제가 너무 한심해서 “너는 누굴 닮아서 그러니?”라고 했더니 두 눈을 말똥거리면서 뭐라는 줄 아세요? “엄마!” 이러는 거 있죠? 뭐, 그래도 딸애가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인데, 이제 우리 딸 사고 좀 그만 쳤으면 좋겠습니다! 대구 동구 | 강은영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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