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도 이런 불황이 없다. IMF 때보다 더 심하다. 한마디로 죽겠다.” 경기불황 여파가 외주 제작사 및 연예기획사들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특히 최근 방송3사가 예산 절감을 내세워 준비하던 드라마를 잇달아 폐지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드라마 방송 편수가 줄다보니 수입이 감소해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연기자들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 일을 못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외주 제작사의 한 간부는 13일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1년에 드라마 1편도 만들 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나마 웬만큼 규모가 있는 회사는 사정이 좀 나은 편. 일부 소형사의 경우 회사의 존폐여부까지 고민하고 있다. 연예기획사들도 초긴장상태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는 최근 소속 연예인들에게 불필요한 경비지출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전까지 이 기획사는 비용을 아끼지 않고 소속 연예인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였다. 이미 연예기획사들 중 일부는 경비절감 차원에서 서울 압구정 청담동 등에 있던 사무실을 평수를 줄이거나 임대료가 싼 강남 외곽으로 옮기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는 최근 신인 연예인들과 매니저들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기획사는 ‘기름 먹는 하마’인 대형 외제 승합차도 여러 대 처분했다. 이 연예기획사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돈을 버는 회사가 있을까 의문이다. 이미 여러 대의 밴을 처분했고, 당장 더 투자해야하는 신인급 연기자들은 대부분 내보냈다”며 “불황이 수개월만 더 지속된다면 줄도산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정연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