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8이제는말할수있다]④이용대와모텔인터뷰

입력 2008-12-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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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에서 멋진 윙크 한 번으로 단번에 스포츠계의 ‘엄친아’로 떠오른 배드민턴의 이용대 선수. 그는 추석을 앞두고 멋진 한복 차림으로 스포츠동아 1면에 등장했다. 당시 이용대 선수는 다홍빛 고운 한복 저고리를 입고 이에 어울리는 은은한 파란색 벽과 빛이 살짝 스며드는 운치 있는 한식 창문 앞에서 포즈를 취해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깔끔하고 럭셔리한 모습으로 등장해 다른 매체의 부러움을 샀던 이 사진이 작은 모텔에서 즉흥적으로 연출해 찍은 것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때는 이용대 선수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8월 말. 연예 기자로 스포츠스타를 취재하는 일은 흔치 않다. 다양한 스타들의 추석 이야기를 담은 특집에 ‘올림픽이 낳은 스타 1위’에 꼽힌 이용대 선수의 인터뷰를 담기로 결정, 스포츠부 기자와 함께 그를 찾아갔다. 당시 이용대 선수의 소속팀은 올림픽 이후 쏟아지는 각종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있던 상황. 끈질긴 설득 끝에 겨우 훈련장 인근 숙소에서는 만날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다. 부랴부랴 사진촬영 때 그가 입을 한복을 챙겨 숙소로 달려갔는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훈련을 위해 묵고 있던 숙소는 의외로 조그마한 모텔이었다. 인기 최고의 ‘훈남’이라 그럴듯한 호텔에 있을 줄 알았던 기자에게는 뜻밖의 장소였다. 워낙 작은 모텔이다 보니 따로 취재할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결국 객실 침대에 그가 나란히 앉아 인터뷰를 했다. 모텔 객실 침대에서 훈남인 연하의 올림픽 스타와 인터뷰라! 생각하기 따라 야릇할 수도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는 모습이었다. 겨우 인터뷰를 마치자 이번엔 사진 촬영을 어떻게 할지 눈 앞이 캄캄했다. 손바닥만한 로비도 없는 작은 모텔 어디서 멋지게 한복을 입은 이용대의 사진을 찍을지.... 사진 기자는 모텔 주인의 양해 아래 1층부터 옥상까지 쓸만한 장소를 뒤진 끝에 겨우 한식 문고리의 창문이 있는 방을 찾아냈다. 워낙 좁아 침대 메트리스까지 걷어내야 했지만 이용대 선수는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모델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그후 추석 연휴 스포츠동아 1면을 장식한 그의 기사에는 인터뷰 장소가 빠져 있다. 가족이 모이는 추석과 이미지가 맞지 않고, 괜한 오해나 구설수의 소지도 있기 때문. 그때 “금메달리스트라고 인기가 올랐는데 이러다 다음 대회에 1등 못하면 어쩌죠”라며 고민하던 스무살 청년은 이후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지금도 전해오는 그의 승전보를 들을 때마다 좁은 모텔 방에서 한복을 입고 환하게 웃던 ‘살인미소’가 떠오른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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