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고래책갈피]따라가면안돼요!

입력 2008-12-25 08:25:31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8년을 뜨겁게 달군 10가지 사건은?’ 같은 기사를 읽으며 참 떠들썩한 한해였구나 싶었다. 美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멜라민 공포 확산, 잊지 못할 감동! 베이징 올림픽, 첫 우주인 이소연 씨… 불과 몇 달 전에 일어났던 일들인데도, 어떤 것들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안양 초등생 유괴 사건이다. 나 역시 딸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그 사건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우리 아이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모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섰고, 가정과 학교에서도 유괴 납치 예방법을 가르치느라 바빴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새로 카드 키를 만들고, 외부 차량 통로까지 만드는 소동을 겪었다. 나 역시 그 사건을 계기로 유괴 안전 가이드북 ‘따라가면 안 돼요!’(문공사)를 만들게 되었다.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집에 혼자 있을 때, 또 엘리베이터를 혼자 탔을 때, 내 자신을 지키는 올바른 대처법을 꼼꼼히 담았다. 부모님과 아이들의 안전 수칙을 만들고, 나를 지키는 안전 119 퀴즈까지! 그런데 이상했다.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으로 시작했지만, 작업 내내 설렘보다는 씁쓸함이 컸던 게 사실이다. 왜 아이들에게 나쁜 어른들에 대해 가르쳐야 할까? 서로 믿고 도우며 살아야 한다고 왜 가르칠 수 없는 것일까? 옆집 아저씨, 동네 아줌마, 길을 나서면 만나는 수많은 어른들을 위험한 사람인지 아닌지 저울질하고 경계해야 하는 아이들이 안쓰럽고, 미안함마저 들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세상이 날로 흉흉해진다. 주머니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도 꽁꽁 얼어붙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린 또 아이들에게 스스로 나를 지키는 온갖 대처법을 가르쳐야 한다. 새해에는 내 아이를 아끼듯, 세상 모든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 주는 따뜻한 봄날, 그런 세상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이혜용 | 분홍고래모임 필자. 아마존 사람들을 수중도시로 이끌던 전설의 분홍고래(BOTO)처럼 아이들에게 고래보다 더 큰 꿈을 그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 Clip> 1. 아이들을 괴롭히는 나쁜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2.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갖고 싶은 걸 줄 테니 같이 가자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3. 낯선 사람이 내 물건을 빼앗고 따라오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