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온 옆집은
예쁜 깃털을 가진 공작새를 애완동물로 키우더군요.
우리집은 마당에서 사냥개 포인터를 키우는데
약간 찜찜했습니다.
어느날 일찍 집에 돌아온 나는
숨이 멎을 듯 깜짝 놀랐습니다.
끈 풀린 우리집 개가 공작새를 입에 물고
팔짝팔짝 신나게 뛰어다니는게 아닙니까?
얼른 녀석의 입을 벌려 공작을 꺼냈지만
이미 공작은 목이 축 늘어진 채 이 세상을 하직한 상태였습니다.
큰일이 나도 단단히 났습니다.
까칠한 이웃을 만나면 소송에 걸려 묵사발이 날 판입니다.
얼른 욕실로 달려가서
지저분한 흙먼지를 깨끗이 닦아내고
드라이어로 정성껏 말렸습니다.
헝클어진 깃털도 빗으로 곱게 빗은 후
까치발로 몰래 가서 옆집 새장에 눕혀놓고 돌아왔습니다.
일주일 동안 누가 문만 두들겨도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그러나 옆집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어느날 아내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글쎄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요.
옆집 마누라가 그러더라구요.
자기네 공작이 지난 주에 죽어서 뒷마당에 묻었는데
다음날 깨끗이 몸단장 하고
제 집에 도로 누워있더라지 뭐에요.”
살다 보면 이런 해프닝들을 왕왕 겪게 됩니다.
웃을만 하면 웃고 넘기십시오.
웃지 못할 상황이 되면 정직이 상책입니다.
이렇게 정성을 들이고 잘못을 솔직히 사과한다면
정상참작이야 안되겠습니까?
딴 사람은 몰라도 여러분은
이런 이웃을 기꺼이 용서하실 줄 믿습니다.
글쓴 이 : 이규창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