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여름날 아침
엄마는 수돗가에 앉아 큰 대야에 온갖 그릇을 집어넣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여섯 살쯤 보이는 아들은 마당 한 켠에 있는
색 바랜 플라스틱 미끄럼틀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의 설거지를 막 마치고,
이마엔 흥건히 땀이 맺힌 채
엄마는 빨간 고무장갑을 벗으려고 애를 씁니다.
손에 짝 달라붙은 고무장갑을 아무리 잡아 당겨도
잘 벗겨지지 않자 짜증을 내며 말합니다.
”도대체 이건 누가 만들었기에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어?”
미끄럼틀 위에 앉아 있던 꼬마도 한마디 합니다.
”엄마, 이 미끄럼틀 고물이야,
밑으로 내려 가지 않아, 새로 사줘, 응?”
엄마는 버럭 큰 소리를 지릅니다.
”빤스를 입어,
맨 엉덩이로 그게 내려가니? 내려가?”
물 묻은 손으로 고무장갑을 벗으려고 하는 거나
맨 엉덩이로 플라스틱 미끄럼틀을 타는 거나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아이들은 책보다 생활에서 더 많이 배우고
선생님보다 부모님으로부터 더 큰 가르침을 받습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거울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좋은 면만 보고 배우면 좋으련만
아이들은 판박이처럼 부모의 모든 면을 닮아갑니다.
보낸 이 : 이형준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