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테이너’최은경재발견“줌마테이너요?끼와열정은10대죠”

입력 2009-03-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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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트콤‘태희…’서유학파출신열연…나홀로밤새도록소시‘gee’춤연습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도전에 성과가 따른다면 그 아름다움은 배가 된다. 아나운서에서 독립해 방송인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힌 최은경(36) 역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올해 6살이 된 아들을 둔 30대 중반이지만 넘치는 끼를 과시하며 최근 시트콤 연기자로 변신해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다. 열정이 넘치는 10대가 부럽지 않는 과감한 선택이다. 최은경은 MBC 일일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극본 김현희·연출 전진수)에서 코미디 연기를 소화하고 있다. 유학파 출신에 어떤 상황에서든 ‘있는 척’ 하는 아줌마가 그녀의 역할이다. 혀를 한껏 굴리면서 영어로 “웁스∼ 지저스∼”라고 외치는 최은경의 고정된 말투는 이 시트콤이 주는 큰 재미. 이전까지 연기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코미디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는 그녀를 두고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은경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여대 영문과를 졸업했는데 친구들 중 교포 출신이 많았어요. 대학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혀를 돌돌 말아 영어로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죠(웃음). 그들을 벤치마킹 했는데 통하네요.” 최은경은 “정통 연기였다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1995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해 프리랜서를 선언한 뒤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로 활동해왔지만 연기, 그중에서도 시트콤 연기는 남의 일처럼 생소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기며 다른 분야에 진출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어요. 프로그램 진행을 제외하곤 매번 거절했던 이유는 두려워서였죠. 한 가지라도 잘 해보자는 생각이 컸으니까요.” 마음이 변할 수 있던 기회는 뜻밖에 찾아왔다. 지난해 최은경은 연세대학교 언론대학원을 졸업하며 논문의 주제를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 여성진행자의 자질에 관한 연구’로 정했다. 자료를 준비하며 새삼 발견한 사실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방송인이라고 해도 육아와 가사에 신경을 쏟다보면 자연스럽게 사회 활동이 줄게 된다는 결과였다. 특히 진행자라면 누구나 탐내는 예능·오락 프로그램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낮은 걸 알았다. “저는 아나운서였다는 이유만으로 어디서나 대접받는 사람이었어요. 도전을 했다가 실패하는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게 두려워 마음을 닫았죠. 논문 이후에는 어떤 노력을 해야 오래 사랑받을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때마침 시트콤 제의를 받고 출연을 결심한 최은경은 요즘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소녀시대의 노래 ‘지’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을 위해 새벽 2시까지 동영상을 보며 혼자 춤 연습에 몰두했을 정도다. “줌마테이너요? 아직은 ‘줌마’ 정도죠. 올해 열심히 노력해서 뒤에 ‘테이너’를 붙이고 싶지만 솔직히 아이를 키우는 정도의 아줌마이고 싶어요.” 현재 MBC 음식 정보프로그램 ‘찾아라 맛있는 TV’와 ‘해피타임’도 진행 중인 최은경은 “방송일이란 게 사람도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는 탓에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그녀는 “새로운 걸 찾다보면 몸도 마음도 늙지 않는다”는 쾌감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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