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분이 부모와 자식 사이의 따뜻한 인연을 “아들은 아버지에게 맨 처음 낚시를 배운다”라고 멋지게 표현했습니다.
사실 저도 제 아들을 데리고 낚시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 때가 아들이 수능 보기 며칠 전 이었습니다.
아내는 수능 시험이 코앞인데 고3인 아들을 데리고 어디 갔느냐고 당장 들어오라고 난리를 쳤습니다. 그러나 저와 아들은 일단 휴대전화부터 끄고, 1박 2일로 밤하늘의 별을 보며 낚시를 했습니다.
물론 그 날은 잔챙이 잉어 몇 마리만 잡혔지만, 그걸로 매운탕 끓여 야식으로 먹었습니다. 두런두런 밤하늘 보고 앉아 얘기도 나눴습니다.
그 날의 기억이 좋았는지 저희 아들이 군입대한 후 처음 쓴 편지에도 그 때 일을 적었습니다. 그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었다고 말입니다.
저도 그 편지에 가슴이 뭉클해 꼭 한번 다녀와야지 싶었는데, 사실 저희 아들을 보면 선뜻 또 가자는 얘기를 못 하겠습니다.
저희 아들이 수능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대학 원서를 쓰게 됐을 때 저는 아들한테 그랬습니다. “아들아 세상의 모든 기술 중 숭고하고 값어치 있는 일은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다. 아버지는 네가 법대에 갔으면 좋겠다” 라고 하자 그 때는 별 반항 없이 법대로 원서를 썼습니다. 그리고 합격이 됐을 때, 저는 학교 앞에 자취방을 얻어주고 또 아들에게 그랬습니다.
“아들아 자고로 젊은이는 큰물에서 놀아야하는 법이다. 아빠와 엄마가 모든 걸 부족하지 않도록 뒷받침 할 테니 이곳에서 1류가 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진검승부를 펼쳐라” 라고 조언했습니다.
제 얘기에 아들은 눈을 반짝이며 마치 적장의 목을 베러 가는 장군처럼 의기충천하여 대학교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저희 집 앞으로 극히 사무적인 편지 한 장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귀 자녀는 학문에 소홀하여 다음 학년 진급이 어렵습니다’는 소위 말하는 학사경고였습니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일인지, 저는 화가 나서 당장 내려오라고 아들을 다그쳤습니다.
이 녀석이 가져온 짐은 전자기타 하나, 야구용품 한 세트, 법전 한 권, 국어사전과 옥편 등 이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법대는 자기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고 다른 과로 전과를 하겠다고 그랬습니다.
물론 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었고, 아들과 제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그러다 아들이 군대를 갔습니다. 군대에 가서도 여전히 마음을 못 잡는 것 같았습니다. 꿈을 가진 사람들은 거의가 예외 없이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고난과 좌절을 뛰어넘어 그것을 향해 인내와 끈기로 분투합니다. 저희 아들에겐 아직 구체적인 목표가 없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평소 저희 아들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언젠가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될 거라는 태산 같은 믿음은 있습니다. 그래서 자랑스럽고 믿음직한 제 아들에게 군대생활 허투루 보내지 말고, 순수와 열정을 겸비한 참 사내가 되라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목표가 분명해지면, 그 때 다시 낚시터에 가자고 할 생각입니다.
낚시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듬직한 아들과 함께 낚시하는 걸 참 좋아합니다. 행여나 아들이 낚시에 마음을 뺏겨 다른 생각할까봐, 저희 아들이 목표가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려고 합니다. ‘삼국지연의’ 에 나오는 적토마처럼, 목표를 정하고 오로지 돌진해 나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인천 남동 | 이동일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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